4연임 성공할 듯 보이지만 영향력 크게 약화 분석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독일 총선 후 136일 만에 차기 대연정 본협상을 타결하고 4기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번 타협에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고 미국과 영국 주요 언론이 분석했다.
또 메르켈 총리가 더는 원하는 대로 독일 정치를 이끌기 어렵게 됐다며 "메르켈 시대 종말의 시작"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크리스천 캐릴 에디터의 기명 칼럼에서 메르켈이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것으로 보면서도 이번 협상 과정에서 극적으로 영향력이 작아졌다고 풀이했다.
예산을 다루는 재무장관 등 핵심 장관직 6개를 소수 파트너 정당인 사회민주당에 내준 사실을 들어 타협의 대가를 크게 치렀다고도 했다.
그러고는 자기가 바라는 대로 정치판을 만들 수 있는 시절이 이미 지나갔고 총리직을 유지한다 해도 그의 시대 종언은 이미 시야에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7일 알려진 다수 기독민주당ㆍ기독사회당 연합과 소수 사민당의 연정 계약서를 보면 기민당 역시 6개 장관직을 챙겼지만, 정치적 영향력의 총합이 사민당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칼럼은 한 주요 신문이 "기민당 총리가 이끄는 첫 사민당 정부"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타협이 메르켈에 큰 대가를 치르게 했다며 믿을 수 없을 만큼 메르켈 총리의 영향력이 약화했다고 해설했다.
신문은 "많은 독일인에게 힘겨운 것이라고 해서 유럽에도 반드시 나쁜 뉴스는 아니다"라며 차기 정부 구성을 통한 독일 정치 안정이 유럽의 결속 강화에 보탬이 될 거라는 유럽 정치권의 시각을 옮겼다.
또 '긴축의 상징'처럼 돼 있는 기민당의 '거물' 볼프강 쇼이블레 현 연방하원 의장이나 최근까지 그의 부재를 대체한 같은 당 페터 알트마이어 총리실장 같은 이들의 뒤를 이어 정부지출 확대를 추구하는 사민당 소속 올라프 숄츠 함부르크 시장이 재무장관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서도 안도하는 모습을 소개했다.
영국 BBC 방송은 "사랑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략적 목적에 의해서 한 결혼"이라고 이번 대연정의 성격을 규정한 뒤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 간 연정 타협안을 두고선 "거대 비전이 아니라, 양쪽에 이익을 주는 실용적 타협 목록인데 독일 산업계 지도자들에겐 인기 없는 것들"이라고 낮춰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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