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복 할아버지 "배움에 늦음이란 없고 자신과의 싸움"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배움에 한이 맺혔어요. 죽을 때까지 책과 함께하고 배움을 나누고 싶네요."
이달 말 전주대학교 신학과 석사과정을 수석 졸업하는 송기복(85·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할아버지는 여든 평생, 배움의 꿈을 한처럼 지니고 살았다.
전북 정읍이 고향인 송 할아버지는 어릴 적 수업료인 월사금이 없어 품팔이해 간신히 초등과정을 마쳤다.
배움의 열망은 높았지만, 실질적인 가장의 무게를 감당해내느라 끊긴 학업을 이을 겨를이 없었다.
4남 2녀 중 장남인 그는 동생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동생들에게 못 배운 한이 없도록 하고 싶은 형의 마음이었다.
공사장 현장일, 인쇄공장 등 온갖 일을 하며 뒤돌아볼 틈이 없는 삶이었다.
동생들은 물론 자녀 1남 2녀가 모두 장성해 가정을 꾸려 이제 부모의 손이 필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자 송 할아버지는 가슴 속 깊이 넣어둔 배움의 꿈을 다시 펼쳐 들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미국 92세 청소부가 대학교에 갔다는 해외 토픽을 읽게 됐다.
이 기사는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학구열에 불을 지폈다.
송 할아버지는 곧바로 검정고시 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일사천리로 2009년 중등 검정고시에 이어 이듬해 고등 검정고시를 마쳤고 2011년 전주대 기독교학과까지 입학했다.
늦은 나이에 대학 공부가 절대 쉽지 않았다는 그는 4년간 줄곧 모범 대학생으로 생활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던 공부도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수월해져 4학년 마지막 학기에는 평점 4.33(4.5 만점)을 받고 학과 1등을 했다.
그는 내친김에 전주대 선교신학대학원 신학과 석사과정 5학기를 모두 마쳤고 수석의 영광을 차지했다. 현재는 같은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송 할아버지는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면서 "배움에는 늦음이 없고 자신과의 싸움인 만큼 무언가를 배우는 행복감은 정말로 크다"고 말했다.
또 "다음 달 꿈꿔왔던 목사 안수를 받는다"며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해 내가 익힌 배움을 소외계층에게 나누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아들 송일석(52)씨는 "평생 귀감이 되는 삶을 살아온 아버지가 무척 자랑스럽다"고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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