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선박 운영사가 가짜 화물 증명서 제출", 운영사는 "동물 사료" 주장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오가며 화물을 운송하는 북한 선적의 화물·여객선(화객선) 만경봉호가 9일째 블라디보스토크항 입항 허가를 받지 못하고 조난 상태에서 해상에 정박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선박 운영사는 한국으로 갈 중국산 동물 사료를 운송 중이었다고 주장했으나, 현지 세관은 선박 운용사가 운송 상품에 대해 가짜 증명서를 제출했으며 실제 운송한 상품은 대북 제재 물품이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보스토크 해상 세관은 8일(현지시간) "세관에 제출된 상품 원산지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문서가 가짜로 드러났다"며 "원본 증명서에는 가짜 증명서에 적힌 것과 다른 상품 코드가 적혀 있으며 이 코드는 해당 상품이 제재 품목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세관은 그러나 구체적으로 만경봉호가 운송한 상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만경봉호 운영을 맡은 러시아 해운회사 '인베스트스트로이트레스트' 사장 블라디미르 바라노프는 앞서 이날 "블라디보스토크항 세관과 항만 당국으로부터 아직 접안 허가를 받지 못해 항만 내 해역에서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다"면서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계속 이 상태로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바라노프는 "전날 선박 내 식료품이 동나 선장이 조난신고를 냈다"면서 "이후 세관이 생필품 전달을 허가해 오늘 선원들을 위한 식료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박에는 북한인 선원 30여 명이 승선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경봉호는 한국으로 갈 중국산 동물 사료 여섯 컨테이너(20 피트 크기)를 북한 나진항에서 싣고 지난달 31일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 운송해 와 하역하려 했으나 현지 세관 당국이 입항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인베스트스트로이트레스트사는 주장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료 수출을 담당하는 중국 회사가 화물 운송을 주문해 만경봉호가 이를 나진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운송하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관 당국은 만경봉호가 북한 선박을 이용한 식료품 혹은 농산물 운송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2397호를 위반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입항을 거부했다.
인베스트스트로이트레스트 측은 동물 사료는 안보리 금지 품목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항 밖에서 입항 허가를 기다리던 선박은 연료가 동나면서 지난 3일 1차 조난신고를 냈고 이후 탱크선을 통해 연료를 공급받은 뒤 일단 항구 안으로 들어오긴 했으나 여전히 접안 허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운영사 측은 러시아 교통부 장관, 연해주 주정부,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 등에 사고 보고를 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5월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이를 오가는 정기노선에 취항했던 화객선 만경봉호는 선박 운영사와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사 간 상업 분쟁으로 같은 해 8월 말 운항을 중단했다가 10월 중순 재개했다.
하지만 운항 재개 이후론 여객이 아닌 화물만을 운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진-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을 운항하는 만경봉호는 3천500t 규모의 화객선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예술단을 태우고 한국에 온 9천700t급 '만경봉 92'호와는 다른 선박이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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