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 연주수준 상당히 높았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8일 강릉아트센터에서의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북한 및 공연 전문가들은 "정치색을 최대한 배제한 가운데 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는 의미를 강조했다"고 대체로 평했다.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이 북한 체제 선전보다는 남북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곡들을 주로 선택함으로써 화해와 화합을 강조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유명 클래식 음악 4, 남한 노래 4, 북한 노래 2 정도의 비율로 공연 프로그램이 구성됐다"며 "남한의 올림픽 개최를 축하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모란봉'이나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과 같은 곡들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아예 빼거나 가사를 개사하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를 비껴갔다"며 "핫팬츠에 민소매 상의를 입고 아이돌처럼 등장한 5명의 가수도 북한이 지닌 이미지를 깨뜨리는 파격적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은 "세계 명곡과 남북한 가요, 아리랑,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유명 뮤지컬 곡 등으로 구성돼 민족 간 친선, 동일성을 강조했다고 본다"며 "남측을 상당히 배려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 관객을 배려해 평소보다 자연스러운 창법을 구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이사장은 "북한 특유의 '민성 창법'(황해도 지방의 서도소리에 뿌리를 둔 것으로 콧소리가 섞임) 대신 최대한 자연스러운 창법으로 남한 가요를 소화하려 한 점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한경자 강원대 무용학과 교수도 "북한이 좋아하는 특유의 노래 톤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감지했다"며 "한국 가요 'J에게'나 '당신은 모르실거야' 등을 부를 땐 평소 알던 북한 노래와 상당히 다른 톤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의상 등 때문에 1970~80년대 경음악단처럼 비치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연주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 교수는 "예술단 구성원이 대부분 북한 일류 음악대 출신인 만큼 연주실력이 출중했다"며 "너무 빡빡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무대를 꽉 채워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어색한 점도 지적됐다.
진 이사장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가극 극장의 유령' 등으로 바꿔 표기한 점이 눈에 어색했다"며 "프로그램이 워낙 다양했는데, 입체적인 무대 구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고 평했다.
한 교수는 "핫팬츠를 입고 등장한 5명의 여성 가수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춤이나 연출력에서 우리 걸그룹과는 사뭇 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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