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예술단, 남북에 익숙한 노래로 선곡해 인기몰이

입력 2018-02-08 23:58  

北예술단, 남북에 익숙한 노래로 선곡해 인기몰이
일부 체제선전 北노래 문제 됐지만, 공연선 빼거나 가사 바꿔



(평창=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축하를 위한 남쪽을 방문한 삼지연 관현악단은 8일 공연에서 남북한 모두에 익숙한 노래를 위주로 선곡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가수 이선희의 'J에게'를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여성 2중창과 코러스로 소화해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이 노래는 남쪽의 유명 가요이기도 하지만 2002년 이선희가 평양 공연 때 불러 북한 주민들의 인기를 끌었다.
또 공연에서 불린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는 가수는 몰라도 노래는 많이 알려졌다.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 북한의 인기영화 '민족과 운명'에 삽입곡으로 쓰이며 인기를 모은 데 따른 것이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선보인 '홀로 아리랑'은 서유석의 노래로 독도를 소재로 하고 있다. 남북이 6·25전쟁 이후 대결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반도를 강점했던 일본에 대해서는 '반일'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한의 감정선을 이을 수 있는 선곡인 셈이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이날 부른 북한노래 중에는 남쪽 사람들에게 친숙한 노래들도 다수 포함됐다.
공연의 문을 연 '반갑습니다'는 남쪽의 노래방에서도 많은 사람이 부를 정도로 많이 알려졌고, 엔딩 곡으로 쓰인 '다시 만납시다'는 금강산에서 이산가족들이 재차 작별 상봉하는 날 주로 불리는 곡이어서 남쪽에도 익숙하다.
남쪽에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흰눈아 내려라' '내나라 제일로 좋아' 등 경쾌하고 역동적인 노래를 선곡해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번 공연이 레퍼토리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남측은 북측이 제시한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이라는 노래에 대해 체제선전 성격의 가사를 문제 삼아 공연을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모란봉'은 공연을 하지 않고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은 문제가 되는 가사를 바꾸는 방식으로 남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외 유명 클래식인 아리랑과 검투사의 입장,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터키 행진곡, 아득히 먼길, 집시의 노래, 가극극장의 유령, 카르멘 서곡 등 20여 곡을 메들리 형식으로 편집한 관현악 연주도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라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곡들이다.
공연 관계자는 "북측 예술단은 자신들의 공연이 남쪽에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다"며 "애초부터 한국의 대중가요와 남쪽에 익숙한 노래를 많이 선곡한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j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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