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제작 '초솔로사회' 국내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난해 1월 일본에서 출간된 책 하나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홍보 전문가이면서 대형 광고회사 내 '솔로활동계 남자연구 프로젝트' 팀장으로 일하는 아라카와 가즈히사의 '초솔로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솔로사회화가 진행되는 일본의 실태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2035년 일본 인구의 절반이 솔로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본에서 '초솔로사회'라는 말을 유행시킨 이 책이 국내에서도 나왔다.
저자는 일본이 솔로사회로 향하는 현실을 각종 통계와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설명한다. 먼저 미혼자 수가 늘고 있다. 생애미혼율(50세 인구 중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의 비율)은 오랫동안 5%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비율은 1990년대 이후 가파르게 올라 2015년 기준 남성 23.4%, 여성 14.1%로 집계됐다. 저자는 생애미혼율보다 더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생애무자녀 비율이라고 말한다. 1950년에 태어난 여성 중 아이를 낳지 않은 기혼여성은 4.8%이었지만, 1990년생 여성은 13.8%가 결혼했지만, 자녀가 없다. 거의 3배나 늘었다. "여성이 결혼만 하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결혼해도 솔로로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2002년을 기점으로 일본 이혼 건수는 다소 주는 듯하지만, 인구당 이혼 건수(이혼율)가 아니라 이혼 건수를 결혼 건수로 나눈 비율(특수이혼율)은 2011년 이후 계속 35% 이상을 유지한다. 3쌍 중에 한 쌍이 이혼하는 셈이다. 에도 시대 일본의 이혼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결혼도 이혼도 재혼도 자유로웠고 남녀 모두 자립한 상태였다는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일본 국립보장인구문제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이렇게 미혼자와 이혼, 사별한 사람을 합한 '솔로' 비율은 2035년 48%에 육박할 전망이다. 저자는 "솔로사회는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라면서 좋고 나쁨을 논하기보다 그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렇게 세상이 격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결혼을 강요하고, 미혼자를 은근히 배척하는 사회 분위기다. 일본에도 미혼자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하는 '결혼교 전도사'들이 도처에 있다. 저자는 미혼자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 웃음 소재로 삼는 일도 분명한 괴롭힘이자 정신적인 학대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솔로사회에서 주목한 것이 소비다. 솔로남녀는 단순히 돈을 많이 쓴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통해 인정욕구, 성취감 등 정신적 가치를 얻으려 한다. 솔로사회로 변하면서 소비 단위는 가족에서 개인으로 바뀌었고, 소유가치보다는 정신 가치가 중요시된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6장 '솔로사회의 미래'에 있다. 저자는 인구 절반이 독신자가 될 솔로사회는 고립된 사회가 아닌, "솔로로 살아가기를 능동적으로 택한 사람들의 사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혼, 미혼 구분 없이 혼자 살아갈 힘을 키우되, 솔로로 살아가려면 남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미래의 거울이기도 한 일본 사회의 변화를 치밀하고 예리하게 담아낸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퍼블릭. 조승미 옮김. 316쪽. 1만5천 원.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