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무자비한 '마약과의 유혈전쟁'으로 인권 유린 비판을 받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국제 형사법정에 설지 주목된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필리핀 정부가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제기된 초법적 처형 의혹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파토우 벤소우다 ICC 검사장은 "필리핀에서 불법 마약 사용이나 거래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수천 명이 죽었다"며 "경찰의 마약 단속 과정에서 초법적 처형과 연관된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는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반인륜범죄를 다루는 ICC는 필리핀의 마약사범 초법적 처형 의혹사건이 ICC 사법 관할권에 속하는지, 범죄 혐의가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다. 본수사가 개시돼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기소와 재판 절차를 밟게 된다.
필리핀에서는 2016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4천 명 가까운 마약용의자가 경찰의 단속 현장에서 사살됐다. 자경단이나 괴한에 의해 사살된 마약용의자를 포함하며 사망자가 1만 명을 넘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필리핀의 한 변호사는 작년 4월 두테르테 대통령과 비탈리아노 아기레 법무부 장관,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 등 필리핀의 고위 공직자 11명을 ICC에 고발했다.
이들이 마약용의자에 대한 초법적인 처형 등 대량 살육을 저질렀으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과거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 재직 때 암살단까지 운영했다는 것이 고발 이유다.
앰네스티 등 국제인권단체들도 두테르테 대통령과 필리핀 경찰의 반인륜범죄를 주장하며 예비조사에 착수할 것을 ICC에 요구해왔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ICC의 예비조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시간과 자원 낭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케 대변인은 마약과의 전쟁은 적법한 경찰의 단속 행위라며 초법적 처형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작년 7월 ICC가 필리핀의 마약 소탕전에 개입하면 ICC를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