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무언지 말문이 막히고 말면/ 항용으로 누구나 허물없이 쓰는 말/ 저, 거시기… 저, 거시기…/ 그것이 있지?"
전북 고창 출신인 미당 서정주(1915∼2000)는 시 '저 거시기'에서 '거시기'를 "누구나 맛 부쳐서 오래 두고 써온 말"이라고 했다. 전라도 사람들은 대화할 때 거시기를 무시로 사용한다. 극단적으로는 "거시기랑 거시기했다"고도 이야기한다.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33년간 일간지 기자로 활동한 김화성 씨는 신간 '전라도 천년'에서 "거시기는 속창아리가 없다. 실체도 없고 무신 뜻도 없다. 그런디도 거시기는 모든 것을 다 품에 안는다. 거시기는 죽어도 편을 안 가른다"고 말한다.
이 책은 거시기처럼 전라도를 상징하는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조명한다. 마침 올해는 고려 현종(재위 1010∼1031)이 전주와 나주의 앞글자를 따 '전라도'를 만든 지 정확히 1천 년이 되는 해다.
저자는 전라도가 역사적으로 변방이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전라도는 고려 수도 개성이나 조선의 도읍인 서울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비옥한 땅과 많은 섬을 품은 넉넉한 고장이었다.
그는 전라도의 지난 천년에 대해 "변방의 우짖는 새로서 때로는 꺼이꺼이 울며 징허게 모질게 살았고, 때로는 들불처럼 타오르며 석양을 벌겋게 물들이고 사라져 갔다"고 말한다.
저자는 맛깔스러운 문체로 정여립·전봉준·황현·신재효 등 전라도 출신 인물, 전라도와 '한지붕 두 가족'을 이뤘던 제주도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도 풀어놓는다.
곳곳에 눈길을 끄는 아름답고 정감 있는 사진이 실렸다. 사진은 사진기자 출신인 안봉주 씨가 찍었다.
맥스미디어. 368쪽. 1만7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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