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대표에게 '공연이 마음에 드나' 묻는 등 적극적 모습
(강릉=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 예술단을 이끌고 방남한 현송월 단장이 첫 공연을 대체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남북 문화교류에 본격적으로 데뷔했다.
16년 만에 열린 북한 예술단의 방남 공연을 큰 무리 없이 이끈 현 단장이 앞으로 남북 문화교류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 단장은 지난 8일 북한 예술단의 강릉아트센터 공연을 마치고 두 시간쯤 지나 자정이 가까운 무렵 밖으로 나왔다. 공연을 마친 소감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는 않았지만, 웃음 띤 얼굴에서 만족감이 느껴졌다.
2002년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처음인 이번 북한 예술단 공연은 남북간 오랜 단절로 인한 문화적 이질감을 뛰어넘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연을 본 관객들도 대체로 좋은 반응이었다.
특히, 북한 예술단은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같은 남측 가요를 레퍼토리에 대거 포함해 남측 대중에게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체제 선전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북측 노래는 남측과 협의를 거쳐 레퍼토리에서 빼거나 가사를 고쳐 부르는 등 유연한 모습도 보여줬다.
현 단장이 이끈 모란봉악단이 2015년 12월 첫 해외 공연을 위해 찾은 중국 베이징에서 레퍼토리로 갈등을 빚어 공연을 전격 취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대목이다.
이번 공연이 시작되기 전 현 단장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남측 주요 인사를 영접하고 추 대표 바로 옆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등 무게감을 과시했다.
공연 중 현 단장은 추 대표에게 '공연이 마음에 드는가'라고 먼저 물었고 추 대표가 '세련된 공연'이라고 평가하자 '고맙다'고 하고는 '정말 잘하는가'라고 다시 묻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추 대표와 함께 현 단장을 직접 본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현 단장에 관해 "격의가 없고 활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남쪽에 대한 경계심 같은 것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 단장은 공연에 참여하지 않고 마지막에 무대에 올라 인사를 했지만, 새하얀 투피스 정장을 입고 나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수 출신인 현 단장은 작년 10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중앙위 후보위원에 오르며 북한 문화계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달 15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는 북측 대표로 나와 남북 문화교류의 전면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현 단장은 같은 달 21일 북한 예술단 공연 사전 점검을 위해 처음 방남했을 때만 해도 대중의 이목이 쏠린 것을 의식한 듯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내 여유를 회복했다.
현 단장은 노래가 나오면 흥얼거리거나 커피를 즐겨 마시는 등 매우 밝고 외향적인 성격이라는 게 그를 접촉한 인사들의 전언이다. 타고난 연예인으로, '분위기 메이커'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 단장은 추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강릉이 커피로 유명하다더라'며 사전 점검 당시 커피를 많이 마셨다고 스스럼없이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만경봉 92호에 올라 북한 예술단을 이끌고 내려와 공연 준비를 위해 강릉아트센터를 드나들 때도 현 단장은 국내외 취재진 앞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웃음을 짓거나 손을 흔드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강릉 공연을 마친 현 단장은 이날 북한 예술단과 함께 서울로 가 오는 11일 국립극장에서 두 번째 무대에 오른다. 현 단장이 서울에서는 어떤 공연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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