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중'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 인도·미국에 개입 요청
中외교부 "몰디브 현 사태는 내정문제…국제사회 몰디브 주권 존중해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현직 대통령의 일방적인 비상사태 선포로 몰디브가 정국 혼란에 빠진 가운데 몰디브 현 정부가 중국에 특사를 보내 지지를 요청했다.
몰디브 야권은 인도와 미국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몰디브 사태는 여야를 대신해 중국 대(對) 인도·미국의 대리전이 될 공산이 커졌다.
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사이드 몰디브 대통령 특사는 전날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다.
사이드 특사는 왕이 부장에게 "몰디브 정부는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국가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몰디브 주재 중국인들과 관련 기관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중국은 몰디브 정부와 국민이 정상 질서를 회복하고 잘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중국은 몰디브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이는 유엔 헌장의 준칙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몰디브 정부가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면서 "국제사회도 몰디브 정부의 의향을 존중하면서 몰디브의 안정과 발전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이어 "몰디브의 경제 및 사회 발전에 중국은 큰 공헌을 했다"면서 "중국과 몰디브의 전면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가 안정되게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사이드 특사는 왕이 부장을 만난 데 이어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도 만났다.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에서는 대법원이 지난 2015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그 이듬해 영국으로 망명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과 현재 수감 중인 야당인사 8명의 석방·재심을 명령하자 이에 반발한 압둘 야민 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야권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시위가 이어지면서 혼란에 빠졌다.
압둘라 야민 현 몰디브 대통령은 서방의 압박을 막고 인도의 견제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왔다.
중국 역시 인도양 진출 차원에서 몰디브의 현 정권을 지지해왔다.
현재 중국은 몰디브에 있어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국가다. 지난해 몰디브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30만명의 관광객을 보냈으며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대규모 투자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패권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나시드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몰디브 국민을 대신해 요청한다"면서 "마우운 압둘 가윰 전 대통령 등 수감된 정치범과 판사들을 석방하기 위해 인도가 군대와 함께 특사를 파견해 달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아울러 또 미국 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현 몰디브 정부 지도자들의 금융 거래를 동결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인도 군당국이 몰디브의 질서 회복을 위해 특수부대를 파견할 준비를 마쳤다는 보도와 관련해 "현재 몰디브에서 발생한 사태는 몰디브 내정문제"라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유엔 헌장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 준칙"이라고 인도의 개입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는 몰디브의 주권과 소망을 존중하는 기초 위에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야지 이와 반대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겅 대변인은 사이드 특사가 중국에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중국과 몰디브는 정상적인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소통 채널이 막힘 없이 잘 통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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