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방글라데시 야권의 중심인물인 칼레다 지아(72·여) 전 총리가 횡령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아 전 총리의 지지자 수천명이 즉각적인 항의 시위에 나선 데 이어 야당이 9일부터 이틀간 전국적인 시위에 돌입하기로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9일 현지 일간 다카트리뷴 등에 따르면 다카 법원은 전날 총리 재임 중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을 통해 받은 외국 기부금 2천100만 타카(2억7천600만 원)를 횡령한 혐의로 지아 전 총리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지아 전 총리의 아들 타리크 라만과 보좌관 등 5명에게는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들 가운데 라만 등 3명은 영국 등 다른 나라에 있어 궐석 상태로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지아 전 총리의 사회적 지위와 나이를 고려해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형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지아 전 총리는 이번에 판결이 선고된 횡령 혐의 외에 폭력 시위 선동 등 다른 혐의로도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아 전 총리 측은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지아 전 총리는 올해 말 예정된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판결이 선고된 직후 다카 시내 법원 앞에 모여 있던 수천 명의 지아 전 총리 지지자들은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해 해산에 나서면서 수백명이 구속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지아 전 총리가 총재로 있는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의 미르자 파크룰 BNP 사무총장은 "이번 판결은 정치 위기를 심화하고 국민들이 사법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할 것"이라며 9, 10일 전국적인 항의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아 전 총리는 1981년 군부세력에 암살된 7대 대통령 지아우르 라만의 아내로 남편 사망 후 당을 이끌고 민주화 운동을 벌였으며 1991∼1996년과 2001∼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역임했다. 집권 아와미연맹 소속의 셰이크 하시나(71·여) 현 총리와는 수십년간 정치적 경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방글라데시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판결에 관한 상황을 알리고 "앞으로 시위가 과격하고 폭력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교민들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도 비슷한 내용의 경보를 대사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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