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요금 변화에 알뜰폰 근간 흔들려…정책지원 절실"

입력 2018-02-11 06:31  

"이통요금 변화에 알뜰폰 근간 흔들려…정책지원 절실"
SK텔레콤 출신 이석환 알뜰통신사업자협회 신임 회장 인터뷰서 밝혀
"정책변화 없이 보편요금제 도입되면 생존위협 받을 것"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전체 이동통신 요금 시장이 흔들리면서 알뜰폰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시장에 나왔는데 시장 자체가 바뀌면서 알뜰폰도 새로운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이석환 신임 회장은 지난 9일 성동구 인스코비 사무실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알뜰폰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뜰폰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정책적 뒷받침도 함께 촉구했다.
지난 7일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선출된 이석환 회장은 대형 이통사 출신 인물로 주목받았다. 이 회장은 알뜰폰 업계에 발을 들이기 전 SK그룹에서 약 30년을 보냈다. SK텔레콤 마케팅본부장, SK텔레콤 차이나 대표, SK네트웍스 ICT 총괄 사장 등을 거쳐 작년부터 알뜰폰 업체 인스코비와 자회사 프리텔레콤 사장을 맡고 있다.
협회는 그의 이런 경력에 주목, 이통사와 업계의 가교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여개 업체로 구성된 협회 내부에서는 그간 이통사 자회사와 대기업, 중소업체 간 이견이 적지 않았다. 안팎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 갈등이 불거지며 업계 1위 업체 CJ헬로가 지난해 11월 탈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다행히 CJ헬로가 최근 탈퇴 의사를 철회하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이 회장은 "각자 나름의 역할이 있다. 통신사 자회사는 통신사와 협회 간 소통 창구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와보니 홀로 서 있는 느낌"이라며 "대기업은 인프라와 자원이 풍부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그만큼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통신사에 알뜰폰은 경쟁 상대가 아니다. 통신사와 알뜰폰이 함께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통사와 오프라인 매장 공유, 단말기 공동 소싱 등이 가능하다면 알뜰폰 시장은 지금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 회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회 내 비상대책반을 꾸렸다. 대책반은 경험과 인력을 갖춘 CJ헬로가 이끌기로 했다. 9개 이사사에는 CJ헬로와 더불어 이통사 자회사인 SK텔링크가 참여한다. 협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방책이다.
비상대책반은 도매대가 인하·알뜰폰 명칭 교체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알뜰폰은 지금 변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에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데이터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걸림돌은 산적한 상황이다.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사의 통신망을 사용료를 내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의 경우 알뜰폰 LTE 데이터 요금제의 도매대가는 평균 7.2%포인트가 인하됐지만 이른바 무제한 요금제에 해당하는 데이터 11GB 이상은 인하 폭이 1.3∼3.3%포인트에 그쳤다. 수익개선을 기대해온 업계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다.



여기에 작년 25% 요금할인에 이어 올해 보편요금제까지 도입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추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가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를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안은 월 요금 2만원대에 음성 200분 이상, 데이터 1GB 이상이 유력하다.
이 회장은 "보편요금제의 직접적인 타깃이 되는 알뜰폰 고객군이 업체별로 최대 30∼40%에 달한다"며 "통신비 인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책적 지원에 변화가 없으면 당장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알뜰폰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11%대에 머물러 있는 알뜰폰 비중이 20%까지 확대된다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알뜰폰의 시장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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