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리그서도 뛴 세계 정상급 골리…소나기 슈팅 온몸으로 막아야
(강릉=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스위스에 2-5로 완패했다.
남북 여자 단일팀의 수문장 신소정은 10일 역사적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 첫 경기 스위스전에서 실점 수를 '0'으로 수렴시킬 수 있을까.
스위스와 단일팀의 객관적 전력의 격차는 세계랭킹 순위차(스위스 6위·한국 22위·북한 25위)만큼이나 크다.
스위스가 거세게 밀어붙이는 양상으로 경기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귀화 선수들의 가세와 새러 머리 감독의 조련으로 지난 수년간 전력을 크게 끌어올린 데다 북한 선수들까지 함께하게 된 단일팀이지만, 스위스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스위스는 포지션을 불문하고 선수 전원의 슈팅이 강하다는 평가다. 단일팀 골대를 향해 스위스 선수들이 소나기 슈팅을 퍼붓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단일팀의 마지막 보루인 신소정의 활약은 더욱 중요하다.
저변이 극히 좁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특성 탓에 불과 중학교 1학년 때 태극마크를 단 신소정은 현재 세계 정상급 골리로 꼽힌다.
국제대회에서 아시아 팀에 수십 골씩 얻어맞곤 했던 신소정은 유학을 결심했다. 2013년 캐나다 대학스포츠 1부리그(CIS) 세인트 프라이스 제이비어대에 입학한 그는 3시즌 동안 1점대 실점률을 기록하는 등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2016년에는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NWHL) 뉴욕 리베터스에 입단해 한국 남녀 아이스하키 선수를 통틀어 처음으로 세계 톱 리그에 진출했다.
아이스하키에서 골리는 팀 전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단일팀에서 유일하게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선수인 신소정은 팀 전력의 80% 이상으로 평가된다.
9일 스위스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른 훈련 뒤 공격수 최지연은 '이번 대회에서 1승이 가능한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 목표는 1승이 아니라 3승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선수들이 보이는 이런 자신감의 8할도 신소정의 존재에서 나온다.
'중학생 신소정'이 대표선수로 나섰던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아시아 팀들에게 4경기 전패, 80실점에 1득점을 기록했다.
그랬던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세계적 강호 스위스와 3점 차로 패배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런 급격한 성장의 중심에 있었던 신소정의 선수생활은 이미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동료들이 올림픽에서의 승리를 원하고 있다. 신소정도 헬멧 뒤편에 그려진 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올림픽 첫 승리를 거두는 순간을 지켜봐 주기를 기다려왔다. 아버지는 신소정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키 플레이어'인 신소정이 힘을 내야 할 때다.
신소정은 9일 훈련 뒤 취재진과 만나 "스위스는 까다로운 상대"라면서 "더 긴장하고 분석해서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스위스의 평창올림픽 조별리그 B조 1차전은 10일 오후 9시 10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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