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 17개월 만에 최저', '농축산물 가격 안정세 지속'….
설 명절이 다가오는 가운데 농축산물을 비롯한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주요 관계 부처들의 발표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대체로 '체감 물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 9일 찾은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주요 농축산물은 대체로 평년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날 기자는 배추 1포기, 무 2개, 감자 1㎏(5개), 애호박 2개, 한우 등심(1+등급) 376g, 오징어 2마리, 상추 190g, 고춧가루 1㎏, 동태 2마리 등 9가지 품목을 총 10만9천420원에 구매했다.
반면 같은 양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하는 평년(직전 5년) 가격에 산다고 가정하면 8만5천 원에 그친다.
장을 볼 때 드는 비용이 평년보다 28%가량 더 비싼 셈이다.
평년 가격 대비 가장 오른 품목은 무였다.
무 1개당 aT 평년 가격은 1천545원이었지만, 이날 마트에서는 이보다 81.2%나 높은 2천8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는 aT가 집계하는 전국 평균 소매 가격(개당 2천511원)보다도 더 비싼 것이다.
마트 관계자는 "계속된 한파로 월동무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설 대목이 가까워지면서 수요는 계속 늘어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배추, 감자, 애호박 가격도 각각 평년보다 41.4%, 30.6%, 25.4% 높았다.
수산물 중에서는 오징어가 평년(마리당 2천851원)보다 75.3% 급등한 마리당 5천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aT 평균 소매가격(마리당 4천360원)보다도 더 비싼 가격이다.
1+등급 한우 등심 가격은 평년 가격보다 16.0% 오른 100g당 1만1천900원이었다.
이 밖에 건고추, 대파, 시금치, 깐마늘, 양배추 등 주요 농산물이 대체로 평년 가격을 웃도는 가격에 판매 중이었다.
평년 가격을 밑도는 품목은 사과와 배, 당근을 비롯해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가격이 치솟았던 닭고기, 계란 정도였다.
이날 퇴근 후 장을 보러 왔다는 윤모(36·여) 씨는 "작년에는 계란값이 말도 못하게 비싸더니, 올해는 채소 가격이 더 비싸진 것 같다"며 "채소는 개별 가격표를 보면 별로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이것저것 집었더니 또 계획보다 더 많이 지출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소비자 김모(58·여) 씨는 "차례상은 매년 비슷하게 준비하는데 희한하게 차리는 비용은 계속 늘어난다"며 "올해는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마트에서는 식용유와 간장 등 당장 필요한 정도만 사고, 한우나 과일 등 큼직큼직한 건 시장에 가서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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