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짚고 캠퍼스 오가며 학사모 쓴 85세 할머니

입력 2018-02-10 07:23   수정 2018-02-10 08:22

지팡이 짚고 캠퍼스 오가며 학사모 쓴 85세 할머니

오점녀씨 한일장신대 졸업…모범적 생활로 첫 '한일모범상' 수상

(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배우지 못한 설움이 항상 가슴에 남아 있었는데 그 한을 풀었네요."
배움의 끈을 놓친 80대 만학도가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썼다.

주인공은 지난 9일 전북 완주군 한일장신대학교에서 NGO 학과 학사 학위를 받은 오점녀(85) 할머니.
지난날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학력 열등감에 짓눌려 주위 사람들 몰래 가슴을 졸이며 살아온 오 할머니의 학사모는 다른 학생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일본강점기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에서 태어난 오 할머니가 풍남보통학교를 마치고 공부를 접었던 것은 궁핍한 가정 형편 때문이었다.
배움을 중단하고 22살의 나이에 결혼해 자녀들과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며 여장부처럼 집안 생계를 책임졌다.
그러던 중 문득 TV에서 교육 시기를 놓친 여성들을 위한 전북 도립여성중고등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오 할머니는 곧바로 중학교 과정에 입학했다.
일흔을 훨씬 넘긴 2008년 63년 만에 교과서를 다시 잡는 힘든 결정이었다.
그는 이 학교에서 중·고교 과정을 마친 뒤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일장신대에 입학했다.
함께 대학에 입학한 전북 도립여성중고 동기 5명은 공부가 어렵거나 아프다는 이유로 중도 포기했다.
하지만 최고령자인 오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4년간 결석 한번 없이 캠퍼스를 오갔다.
그는 타고난 성실함으로 4년 내내 80점 이상 성적을 거둬 장학금을 받았다. 졸업을 앞둔 지난해 12월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당을 모은 200만원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학교는 모범 학생을 격려하기 위해 '한일모범상'을 제정해 첫 수상자로 오 할머니를 선정했다.
오 할머니는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학생들이나 교수님, 학교에서 많이 배려해줘서 고맙다"며 "중학교에 들어갈 때 '앞으로 10년간 공부하자'란 목표가 있었는데 계획대로 공부를 마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3월 같은 대학 NGO 정책대학원에 입학할 예정이다.
sollens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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