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대표팀은) 더 검고, 더 동성애적이고, 다양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대표팀을 향해 인종차별적으로 해석되는 표현을 쓴 미국 폭스뉴스 칼럼이 9일(현지시간) 회사 측의 조치로 삭제됐다.
미국의 빙상·설상 종목 대표 선수 자리는 그동안 백인 선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는데 최근 아프리카계 흑인과 아시아계 선수들이 잇달아 나오자, 이를 비꼰 칼럼이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더구나 칼럼을 쓴 장본인인 존 무디가 폭스뉴스의 부사장급 중역이어서 말들이 더 많다.
무디는 칼럼에서 "하룻밤 사이에 바뀌지 않았다면 1894년 이래로 올림픽의 모토는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였다"면서 "그런데,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이를 '더 검고, 더 동성애적이고, 다양하게'로 바꾸려하는 것 같다"라고 썼다.
그는 "당신의 목표가 메달을 따내는 것이라면 그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무디는 미국의 동계올림픽 대표 선수 선발이 실력이 아니라 인종이나 성별 다양성에 기반을 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폭스뉴스 오피니언 란에 실린 무디의 칼럼에 대해 '인종차별적이고 동성애 혐오적' 견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성소수자(LGBT) 미디어 감시기구인 글라드의 케이스 엘리스 대표는 "올림픽 무대에 나선 우리 선수들은 정당한 선발전을 통해 출전권을 획득했다. 모욕적인 칼럼을 쓴 무디는 선수들은 물론 팬들에게도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무디의 칼럼은 폭스뉴스의 관점과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결국 무디의 칼럼을 삭제했다.
그러자 뉴욕타임스의 TV 비평가 제임스 포니오지크는 트위터에 "존 무디보다 더 폭스뉴스의 관점과 가치를 구현해온 사람은 드물다"라고 꼬집었다.
이번 폭스뉴스 칼럼 논란은 미국 대표팀 개막식 기수 선정 과정의 인종차별 논란에 이어 터져 나온 것이다.
미국의 흑인 스피드 스케이팅 간판 스타샤니 데이비스는 개막식 기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동전던지기 끝에 백인인 여자 루지 선수 이린 햄린에게 자리를 내주자 "2022년까지 기다릴 수 있다"며 흑인 역사의 달 2018을 해시태그해 인종차별을 당했음을 암시했다.
240여 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꾸린 미국 대표팀에는 11명의 아프리카계 흑인 선수들이 있고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선수도 2명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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