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 첫 응원으로 화해 분위기 띄워…경직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
(강릉=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우리는 하나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첫 경기에서 패색이 짙어질 무렵, 관중석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북 단일팀을 응원하러 온 북한 응원단의 열띤 응원이었다.
북한 응원단은 10일 저녁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 대표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단일팀을 위해 응원전을 펼쳤다.
북한 응원단의 남북 단일팀 응원은 처음이다. 북한 응원단이 남측 관중과 함께 단일팀을 응원함으로써 남북 화해 분위기를 극대화한 셈이다.
북한 응원단은 한반도기를 흔들고 '힘내라, 힘내라', '이겨라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 '조국, 통일' 등 다양한 구호를 외치며 남북 단일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아 곱게 반원을 그리는 방식의 파도타기로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북한 응원단의 파도타기에 다른 관중도 호응하면서 관중석이 넘실거리는 모습도 펼쳐졌다.
북한 응원단은 독특한 소품을 준비해와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작은 한반도기를 흔드는가 하면 탬버린을 꺼내 경쾌하게 두드렸다. 가면을 들고 얼굴을 가리고는 응원가 리듬에 맞춰 몸을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모자 달린 빨간색 방한 체육복 상·하의를 입은 북한 응원단은 관중석 여러 곳에 수십 명씩 무리 지어 앉았다. 자리를 일찍 예약하지 못해 한 곳에 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곳에 나뉘어 앉았지만, 이들은 리더의 지휘에 맞춰 한 몸과 같이 질서정연한 동작으로 남북 단일팀을 응원했다.
그러나 동작이 기계적이지는 않고 자연스러웠다. 남북 단일팀 선수가 스위스 골문을 향해 질주하면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호했고 골을 내주면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응원에 열중하면서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전달 사항'을 공유하는 듯 한쪽으로 순차적으로 바로 옆 동료에게 귀엣말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단일팀이 8 대 0으로 패했지만, 북한 응원단은 한동안 관중석을 떠나지 않고 '나의 살던 고향은', '까치 까치 설날은', '우리는 하나' 등을 불렀고 일부 관중도 자리에 남아 박수 치며 화답했다.
북한 응원단은 경기가 시작되기 40분 전인 오후 8시 30분부터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내 응원을 준비했다.
응원단의 절반인 약 100명은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북한 선수가 출전한 남자 쇼트트랙 1,500m 경기 응원을 마치고 관동하키센터로 이동했고 나머지는 숙소인 인제 스피디움에서 바로 이곳으로 왔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일부 관중은 북한 응원단 주위에 모여들어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응원단 앞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방남 중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과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천해성 차관 등도 자리를 같이했다.
북한 응원단은 지난 7일 경의선 육로로 방남해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을 숙소로 쓰며 응원 준비를 해왔다. 이들은 지난 8일 북한 선수단 입촌식에 취주악단을 보내 첫선을 보였다.
북한 응원단은 앞으로 남북 단일팀과 북측 선수뿐 아니라 남측 선수도 응원하며 평창올림픽의 남북 화해 분위기를 한껏 띄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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