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출전한 올림픽…남자쇼트트랙 1,500m에서 우승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효준(22·한국체대)은 많은 부상에 시름 했던 선수다.
어렸을 때 천재성을 인정받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치명적인 부상에 시달리며 제대로 꽃봉오리를 터뜨리지 못했다.
그가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것도 부상 때문이었다. 임효준은 수영 선수로 활동하다 고막이 터지는 부상을 입고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다.
은반 위의 임효준은 물 위의 임효준보다 빠르고 강했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 머리 하나가 더 큰 형들을 제치고 종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중학교 1학년 때, 정강이뼈 골절상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무려 1년 반 동안 운동을 하지 못하면서 선수의 꿈을 접는 듯했다.
임효준은 이를 악물고 재활에 힘써 아이스링크로 돌아왔다. 그는 2012년 1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동계유스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우승하는 등 차세대 선수로 떠올랐다.
고난은 고교 시절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교 2학년 때 오른쪽 발목이 부러졌고, 6개월 뒤 복귀했지만, 오른쪽 인대가 끊어지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복귀했지만, 이번엔 손목과 허리를 다쳐 다시 쓰러졌다.
임효준과 함께 운동했던 선수들은 하나둘씩 태극마크를 달아 승승장구하는 사이 임효준은 그대로 꿈을 접는 듯했다.
그는 각종 부상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조차 못 했다. 그가 처음으로 선발전에 출전한 건 2016년이 처음이었다. 당시 종합 10위에 그쳤다.
무명선수 중 한 명이었던 임효준은 지난해 4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달았다.
불과 두 달 전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이정수, 신다운, 박세영 등 기존 간판급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대표팀 경험이 없고 검증된 선수가 아니었기에, 주변에선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임효준은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남자 1,000m와 1,500m를 석권하며 단숨에 대표팀 에이스로 인정받았다.
폭발적인 스피드는 물론, '스케이트 날 들이밀기' 등 결정적인 순간에서 수준 높은 기술과 기지를 발휘하며 세계적인 선수들을 모두 제쳤다.
남자 1,000m 결승 마지막 바퀴 직선주로에서 네덜란드 싱키 크네흐트를 제치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임효준은 당시 마지막 스퍼트 때 허리를 다쳐 요추부염좌 진단을 받고 2,3차 월드컵에 불참했지만, 지난해 11월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4차 대회에서 복귀해 부활을 알렸다.
허리 부상 상태가 완전히 가시진 않았지만, 임효준은 10일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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