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베트남에서 '뗏'(Tet)으로 불리는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한국 섬유·의류업체 경영진이 잠적하는 일이 또 벌어져 현지 근로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11일 온라인매체 베트남넷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남부 동나이 성에 있는 한 한국 투자기업의 대표를 비롯한 한국인 임직원들이 지난 8일 근로자 월급을 체납한 채 베트남을 떠났다.
2015년 섬유·의류업 허가를 받은 이 업체는 약 1천900명의 근로자에게 지난 1월 월급 137억 동(6억6천만 원)을 주지 않았으며 사회보험료 175억 동(8억4천만 원)도 체납한 것으로 동나이 성 지방정부는 파악했다.
이 회사의 근로자 응우옌 티 민은 "경영진이 1월 급여를 설 전에 주겠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받지 못했고 이들이 한국으로 떠났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 500만 동(24만 원)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며 "설 준비뿐만 아니라 식료품과 월세 비용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덧붙였다.
현지 지방정부는 경찰, 유관기관과 함께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또 근로자들에게는 월급의 절반을 지방정부 예산으로 일단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1월에는 베트남 남부 경제도시 호찌민의 외곽에 있는 한국 섬유업체 대표가 월급을 주지 않고 잠적해 근로자 600여 명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또 다른 한국 의류업체 공장들에서는 근로자들이 보너스 인상이나 추가 근무수당 지급 등을 요구하는 파업을 하기도 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인 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섬유·의류 업계의 경쟁 심화와 일부 업체의 자금난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최대 외국인 투자자인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상공인은 "임금 분쟁이나 야반도주 같은 문제가 계속 생기면 베트남 정부의 관리 감독 강화로 한국업체들의 애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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