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수 과외수업 나선 南 지도자…전재수 "왼쪽 다리 쫙 펴!"
(강릉=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왼쪽 다리를 펴라고. 쫙 펴!"
11일 오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공식 훈련장인 강릉 영동쇼트트랙 경기장.
전재수(49) 헝가리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는 링크장을 도는 2명의 선수에게 연신 큰 소리를 외쳤다.
자신이 지도하는 헝가리 선수들은 이미 훈련을 마치고 철수한 상황.
빙상장에는 인공기가 크게 그려진 빨간 유니폼의 선수 2명만 거듭 코너링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전 코치는 북한 선수들을 상대로 특별 과외수업을 해주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이후에도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북한 대표팀의 최은성(26)과 정광범(17)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두 선수는 전 코치가 지도해 준 자세 교정법이 익숙지 않은지 가끔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보다 못한 윤철 북한 쇼트트랙 감독은 두 선수를 링크장 가장자리로 불러냈다.
이번엔 윤 감독 차례였다.
그는 직접 두 발을 벌리며 속도를 잃지 않고 코너를 돌 수 있는 최적의 자세를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내 발을 보라. 복사뼈 있는 데 여기다 이렇게 다른 발을 붙이라고. 그렇게 다시 한 번 해보라우"
링크에 다시 들어선 두 선수가 지시대로 코너를 서너 번 돌자 윤 감독은 "그렇디. 그렇디"를 외치며 격려했다.
두 선수의 교정된 자세를 멀리서 바라보던 전 코치는 "야! 잘한다. 좋아졌네"라며 윤 감독에게 다가왔다.
두 지도자는 현역 시절 각각 남북 대표팀 선수였던 만큼 오랜 친분이 있는 듯했다. 전 코치가 4살 위 '선배'다.
윤 감독은 전 코치가 '두 선수의 질주 자세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정신력이야 우리가 세계 제일이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에 전 코치는 "정신력이 좋아야지. 정신력만 좋으면 뭐"라고 화답했다.
한편, 발목 부상에도 전날 경기에 나섰던 최은성은 몸 상태가 더 나아진 듯했다. 훈련을 마치고는 9살 터울 동생인 정광범과 함박웃음을 지으며 농을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전날 남자 1,500m 예선전에 북한의 '1호 출전자'로 나서 투혼의 레이스를 펼쳤으나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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