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보편요금제…사회적 합의 없이 국회로 넘어갈듯

입력 2018-02-11 16:59  

갈길 먼 보편요금제…사회적 합의 없이 국회로 넘어갈듯
과기정통부 하반기 실시 목표 불투명…여야 의견차·위헌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의 핵심 공약중 하나인 '보편요금제'의 연내 도입이 불투명해졌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하반기에 보편요금제를 시행한다는 목표 아래 작년 11월부터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출범하고 3개월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합의도출에 사실상 실패했다.
협의회의 활동시한이 이달 말까지여서 아직 시간이 남았으나 논의 내용을 보면 더 이상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놓고 국회에서도 여야 의견이 갈려 당분간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출발부터 삐끗한 보편요금제 논의…결국 파행으로
정부는 저소득층 등 통신약자를 위해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월 2만원 수준의 요금으로 음성 200분 이상,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를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출시토록 함으로써 연쇄적으로 이통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정부는 이통사들의 반발이 거세자 이통사, 시민·소비자단체, 알뜰폰 업계 등 관계자들로 구성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작년 11월 가동했다.
명분이야 이해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사회적 합의'로 해법을 찾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보편요금제의 혜택을 늘리려는 시민단체와 이 제도로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 이통업체와 알뜰폰 업계의 입장은 애초 합의가 쉽지 않았다.
실제 정책협의회는 절반 정도의 시간을 보편요금제 논의에 쏟아부었음에도 찬반측 주장의 간격을 메우지 못했다.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 대표들은 지난 9일 열린 제8차 협의회 회의에서 "이통사들이 대안조차 내놓지 않는 등 성의를 안 보인다"고 이통사 측을 비판하면서 회의장에서 퇴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시민단체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되 정부안보다 더 소비자에게 유리하도록 '음성 무제한, 데이터 제공량 2GB'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만 하면서 대안을 내놓지도 않는 등 성의 없는 자세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 소비자·시민단체 측 주장이다.
반면에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현재의 요금체계가 완전히 무너져 통신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강하게 버티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작년 11월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민간의 통신 서비스 요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통신사 입장에서 수용이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다른 이동통신사들의 태도도 이와 비슷하다.
다른 이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직접 가격을 정하는 데 대한 위헌 논란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상태로라면 이달 22일로 예정된 정책협의회의 마지막 제9차 회의도 성과 없이 끝날 공산이 크다.



◇ 결국 공은 국회로…향후 전망은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는 다음달께 가계통신비 협의회로부터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정리된 형태로 넘겨받은 후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 중에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관 위원회인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도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방안에 찬성하는 이들이 많지만, 일부는 미온적이어서 지금 상태로는 조기 통과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규제 관련 법은 경과조치 등을 감안해 시행 일자가 공포 후 3∼6개월로 잡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하반기 시행을 공언한 정부는 상반기 법안 통과를 강력히 희망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올해 6월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대립이 첨예한 보편요금제 문제를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다룰지 미지수인데다가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이통사들이 위헌소송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동통신사들이 보편요금제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전파사용료를 줄여 주는 방식의 '대타협'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통업계 일각에서는 나온다. 대규모 5G 투자와 연쇄적 요금인하 압박을 동시에 받는 이통사의 재정 부담을 덜어 주는 조치가 필요하리라는 관측이다. 다만 아직은 구체적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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