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휴일인 11일 새벽 경북 포항에서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했다. 많은 포항 시민이 놀라 집 밖으로 대피했고, 계속된 2.0 이상의 여진으로 불안에 떨었다. 수도권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고 하니 꽤 큰 지진이었던 것 같다. 특이한 점은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여진이라는 것이다. 석 달이나 지나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여진으로 기록됐다고 한다. 다행히 시민 20여 명이 가볍게 다쳤고, 물적 피해도 경미한 20여 건에 그쳤다. 그래도 이낙연 국무총리는 "주민들이 위험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도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지구촌 최대의 겨울 스포츠 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한 지 이틀만이었다. 민족 최대명절인 설 연휴를 나흘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철도, 도로,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이나 원자력 발전소 등에는 피해가 없었다. 평창, 강릉, 정선의 올림픽 경기장이나 선수촌 등에서도 진동은 느껴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줬다. 올림픽 진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피해가 컸다면 어쩔 뻔했는지 아찔하다. 정부의 지진 대비 체제를 긴급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상청의 긴급재난문자(CBS)가 또 늑장 발송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번에 기상청은 지진 관측 후 55초 만에 언론사와 유관기관에 알렸다. 그런데 국민 재난문자가 발송된 것은 6분 30여 초 뒤였다. 기상청은 지난달 새해 업무보고에서 긴급재난문자 발송 시간을 '7초'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래 놓고 늑장 발송을 했으니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지진 같은 재난이 생겼을 때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구나 전 세계인의 눈길이 평창과 대한민국으로 쏠려 있는 올림픽 기간이다. 큰 망신을 당하지 않은 걸 그래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지 뒷맛이 쓰다.
지진 전문가들은 석 달 만에 강한 여진이 발생한 것을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더 큰 지진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긴장을 늦추면 안 될 것이다. 당장 3개월째 체육관, 교회 등의 대피소에서 생활 중인 포항 이재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진 공포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상담도 늘려야 할 것이다. 3월 말까지 세우기로 한 지진방재 종합대책도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 좋다.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계기로 시작된 6만 곳의 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에서 지진에 취약한 부분을 함께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전시성 점검이 되지 않게 내실을 기하는 게 중요하다. 적어도 올림픽 기간에는 '후진국형 인재'가 발생하지 않게 정부의 행정력을 모두 동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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