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규모 5.4 이후 3개월 만에 4.6 발생…재난문자 늦어 빈축
시간 지날수록 피해 신고 늘어…"더 큰 지진 일어날 수 있어"
(포항=연합뉴스) 이승형 손대성 최수호 기자 = 11일 경북 포항에서 지난해 11월 규모 5.4 지진이 난 지 3개월 만에 4.6 지진이 발생했다.
여진이 소강상태로 접어드는가 싶다가 다시 상당히 큰 규모로 일어나 한반도에 지진이 일상화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 전국서 지진동 느껴…외벽 떨어지고 금 가
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오전 5시 3분 3초 포항시 북구 북서쪽 5㎞ 지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일어났다.
진앙은 북위 36.08도, 동경 129.33도로 북구 흥해읍 학천리 한 아파트단지 아래에 해당한다.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흥해읍 망천리에서 남서쪽으로 4.6㎞ 떨어졌다.
이번 지진으로 포항은 물론 대구, 경북, 울산, 부산, 서울, 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지진에도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은 피해가 없어 정상 운영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진으로 36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3명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고 경미한 부상자 33명은 병원에서 진료받고 귀가했다.
건물이 흔들리거나 외벽이 떨어지고 금이 가는 등 재산 피해도 이어졌다.
북구 두호동 한 건물과 장성동 한 건물 외벽이 아래로 떨어졌다.
창포동과 장성동에는 유리창이 깨진 건물이 있어 소방당국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출동해 정리했다.
흥해읍 이인리에 있는 포항역 역무실과 여객통로 천장 타일 20여개가 떨어져 역무원들이 치웠다.
엘리베이터가 멈춰 갇혔다거나 현관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신고도 줄을 이었다.
포항 보경사 대웅전 벽에 금이 발생했고 목조 부재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재까지 파악한 재산 피해 신고는 80건이다.
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상자나 건물 피해 신고가 더 늘 수도 있다고 밝혔다.
많은 시민은 집 밖으로 대피했다가 시간이 지나자 집으로 돌아갔다.
또 흥해읍 일부 주민은 이재민 대피소가 있는 흥해체육관으로 가서 머물고 있다.
시는 이재민이 늘어남에 따라 흥해체육관에 텐트를 추가로 설치했고 대한적십자사 봉사회는 중단한 급식소 운영을 12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독자 촬영 제공]
◇ 포항시 등 비상 발령…전문가 더 큰 지진 경고
지진이 나자 포항시, 경북도, 행정안전부 등은 비상을 발령하고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포항시는 지진 발생 1시간 만에 자체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에 들어갔고 경북도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이후 기상청의 긴급재난문자(CBS) 발송이 무려 7분 가까이 늦어 빈축을 샀다.
기상청은 국민에게 직접 전송하는 긴급재난문자를 지진 관측 이후 6분 30여 초 뒤인 오전 5시 10분에야 발송했다.
기상청과 행안부는 재난문자 관련 시스템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찾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언론사나 유관기관에 지진 관측 이후 100초 안에 속보를 내보내면서 긴급재난문자도 같이 나가야 한다"며 "분석은 평소대로 했지만,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늦어져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본 지진 발생 때 깨진 단층면이 더 쪼개진 상황으로 볼 수 있어 앞으로 더 큰 규모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여진은 통상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 빈도와 최대 규모가 감소하는 게 일반적인데 석 달 만에 제일 큰 규모 여진이 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며 "당시 쪼개질 듯 말 듯했던 단층면에 응력이 모이면서 이번에 깨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아직 쪼개지지 않았던 단층면이 추가로 깨지면서 에너지를 배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본진 단층면이 확장하면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단층 실제 크기를 모르는 현재로서는 결코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haru@yna.co.kr, sds123@yna.co.kr, su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