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남영동 대공분실 시민 운영 어떻게…경찰, 무상대부 검토

입력 2018-02-12 06:05  

옛 남영동 대공분실 시민 운영 어떻게…경찰, 무상대부 검토
지자체·공공단체에 가능…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후보 거론
경찰 "국가재산이라 국유재산법상 경우의 수 하나하나 검토 중"



(서울·세종=연합뉴스) 임기창 이대희 기자 =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운영을 시민사회에 넘기라는 요구를 받은 경찰이 '무상 대여' 방식으로 건물 사용권을 주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시민사회 요구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센터 건물 무상 대여를 포함해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시민단체의 센터 운영을 보장할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은 1987년 1월14일 서울대생이던 고(故) 박종철 열사가 조사받던 중 고문으로 숨진 장소다. 경찰은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허위 발표로 사인을 단순 쇼크사인 양 위장하려 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등은 국가폭력 가해자였던 경찰이 옛 남영동 분실을 인권센터로 운영하며 '인권경찰 변화상' 홍보 용도로 쓰는 것보다 시민사회가 운영을 맡아 인권기념관을 설치하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센터 건물은 국유재산법 적용을 받는 국가 재산이어서 관리나 처분도 법에 근거한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관리위탁, 사용허가, 대부, 교환, 매각을 비롯해 소유권을 아예 넘기는 양여까지 여러 방법이 법에 명시돼 있다.
민간에 사용권을 넘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양여다. 그러나 특정 건물을 민간에 양여하려면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규정된 특례 대상에 별도 근거를 두는 등 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경찰 판단이다.
경찰은 양여 가능 여부를 놓고 기획재정부에 법령 해석을 문의한 결과 '현행법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유재산의 민간 양여는 법적으로 매우 제한적"이라며 "예를 들어 5·18민주화운동특별법과 같은 개별법과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모두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 양여를 위한 법적 효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대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나 법령을 근거로 설치된 공공단체에 건물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대부 형식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지난달 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센터 문제와 관련한 질의를 받고 "국유재산법 때문에 무상 양여가 불가능하고, 무상 대부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니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지자체나 공공단체가 국유재산을 비영리 공익사업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경우 국가는 대부료를 면제할 수 있다.
경찰은 이런 조항에 근거해 대부계약을 거쳐 센터 건물을 무상으로 빌려주고, 대부받은 지자체나 공공단체가 자체적으로 운영위원을 위촉하게 해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법정 공공단체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대부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은 사업회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경우 국유재산법의 예외로 국가가 사업회에 국유재산을 무상 대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유재산법이 매우 정교하게 얽힌 법이어서 관련 부서들이 여러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기관이나 시민단체가 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 방법을 일일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