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70대 다양한 연령층 찾아…국립극장 앞은 '철통 경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너무 신기해!", "이런 공연에 당첨됐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죠."
11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보러온 시민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한껏 들떠 있었다.
본 공연 시작까지 3시간을 앞둔 오후 4시부터 비표를 배포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에는 관람객들이 모여 줄을 섰다.
관람객들은 아버지를 모시고 온 직장인,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온 유치원생, 친구와 함께 온 고등학생 등으로 다양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연령대가 높은 관람객들에게는 국립극장 측이 셔틀버스를 제공했으나, 대부분은 공연장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아내와 함께 공연을 보러온 이삼열(77)씨는 "인터파크 홈페이지에 가입하려고 컴퓨터 앞에서 40분 넘게 씨름을 했다"며 "경쟁률이 너무 높아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며 웃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이씨는 "젊었을 때 업무 때문에 북한에 5∼6차례 가본 적이 있다"며 "북한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변했을지 너무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학생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 단원으로 활동하는 김성우(17)양과 전예원(13)양은 "한국 사람도 아니고, 외국 사람도 아닌 북한 사람이 하는 관현악 연주를 직접 듣게 돼 너무나 신기하다"며 좋아했다.
김양과 전양은 "극장 근처에 경찰이 이렇게나 많이 와 있는 것은 처음 봤는데 아주 특별한 일에 초청받은 것 같아서 신기하다"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정지민(40·여)씨는 혼자 공연장을 찾았다. 정씨는 "응모할 때만 해도 당첨되면 어머니에게 드리고 효도하려 했는데 양도를 못 한다고 하더라"며 "이런 기회를 포기하기는 아까워서 혼자 왔다"고 전했다.
2006∼2008년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사무처를 찾아와 비표를 받아갔다. 이 교육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만나게 된 됐는데 정상회담까지 성사돼 결실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 관현악단이 리허설을 위해 국립극장에 들어간 오후 1시께부터 정문 인근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촘촘하게 인간 띠를 만들어 보행로를 완전히 통제했다.
3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오후 4시께 국립극장 정문 앞에서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며 김일성 사진이 그려진 현수막을 펼치려다가 경찰에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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