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종목 아닌 남자 5,000m에서 막판 스퍼트로 5위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 기대감도 높아져
(강릉=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장거리 간판 이승훈(30·대한항공)이 무서운 막판 뒷심으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승훈은 11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5,000m 경기에서 6분14초15의 기록으로 5위를 차지했다.
비록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주 종목이 아닌 5,000m에서도 기대 이상의 저력을 보여주며 나머지 종목에서의 선전 기대감을 높였다.
남자 5,000m는 이승훈에게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첫 올림픽 메달(은메달)을 안긴 종목이긴 하지만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메달이 기대되던 종목은 아니었다.
주 종목인 매스스타트를 앞두고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출전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승훈 자신은 5,000m를 포기하지 않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이승훈은 "5,000m는 메달권하고는 거리가 있지만 포기하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포기하지 않고 5,000m에 매진했고 시간을 거스르는 선전을 펼쳤다.
특히 이날 이승훈이 보여준 레이스는 강릉아이스아레나를 가득 메운 홈 관중과 TV를 통해 지켜보던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기 충분한 것이었다.
5조에서 뛴 이승훈은 중반 이후인 3,000m 구간까지 당시 10명의 선수 가운데 4위의 기록이었으나 후반부터 무서운 속도로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다.
3,800m 구간에서 3위, 4,200m 구간에서 2위로 올라섰고,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무서운 스퍼트를 펼치며 함께 뛴 바르트 스빙스를 따라잡고 중간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승훈의 마지막 두 바퀴 랩 타임은 29초08, 29초18로 전체 12바퀴 가운데 가장 빨랐다.
마지막까지 체력을 비축했다. 멋진 역주를 펼친 것이다.
이승훈은 이날 5,000m 시작으로 15일 10,000m, 18일 팀추월 예선, 21일 팀추월 결승, 24일 매스스타트에서 줄줄이 메달 사냥에 나선다.
네 종목 가운데 5,000m가 상대적으로 메달 기대감이 가장 적었던 종목임을 감안하면 나머지 종목에서의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선수로서 적지 않은 서른의 나이지만 "내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던 이승훈은 자신의 전성기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몸소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