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빙속황제 크라머르, 남자 선수 첫 3연패로 다관왕 시동

입력 2018-02-11 19:25  

[올림픽] 빙속황제 크라머르, 남자 선수 첫 3연패로 다관왕 시동
"행운 따랐다…모든 올림픽은 내게 특별해"



(강릉=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스피드스케이팅 스타 스벤 크라머르(32·네덜란드)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관왕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크라머르는 1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5,000m에서 6분9초76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크라머르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이어 이 종목 3연패에 성공했다.
남자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단일 종목 올림픽 3연패를 이룬 것은 크라머르가 처음이다.
크라머 이전까지는 보니 블레어(미국·여자 500m)와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독일·여자 5,000m) 만이 올림픽 3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크라머르는 또 이날 우승으로 8번째 올림픽 메달을 수집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중 최다 메달 보유자가 됐다.
한국 팬들에게 크라머르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레인을 잘못 들어가는 실수를 저질러 이승훈(대한항공)에게 금메달을 안긴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 선수다.
하지만 올림픽에서의 성적에서 보듯이 현재 가장 위대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약한 종목인 1,500m를 제외하면, 최근 4년간 출전한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경우는 단 한 번에 불과하다.
올 시즌에는 테트 얀 블루먼(캐나다)이 남자 5,000m 세계기록을 작성하는 등 상승세를 보며 '혹시나'하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과는 다시 한 번 크라머르의 우승이었다.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에 등장한 크라머르의 태도 곳곳에는 오만할 정도로 보이는 특유의 자신감이 넘쳐났다.
조직위 자원봉사자가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대자 "이것 치우라"며 손으로 밀어내는 등 인터뷰 분위기의 주도권을 손쉽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다만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덕담에도 "기분이 좋지만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다음 경기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태도에 비해 발언은 겸손했다.
크라머르는 "모두가 28초대 랩타임으로 시작해 30초대로 끝내는 힘든 레이스를 펼친 것을 보고 전략을 수정했다"며 "그래서 레이스의 출발을 천천히 하고 중간에 스피드를 줄였다가 후반부의 인코스에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승리 비결을 공개했다.
이어 "속도가 좋게 유지된 것 같고, 굉장히 행운이 따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크라머르는 평창까지 이어진 자신의 성공적 여정에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벌써 네 번째 올림픽인데, 그 모든 올림픽이 틀별하다"며 "더 많은 압박과 관중, 미디어가 몰린 올림픽은 내게 늘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비밀은 스포츠를 즐긴다는 것"이라며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좋아서 즐기면서 정말 노력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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