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예술단, 15년여만에 서울공연…"서구적·현대적 변화 봤다"

입력 2018-02-11 22:15  

北 예술단, 15년여만에 서울공연…"서구적·현대적 변화 봤다"
南 가수와 합동무대·핫팬츠 차림 등 눈길…정치 논란 비껴가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강릉 공연에 이어 1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까지 마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은 과거보다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무대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15년 6개월 만인 북한 예술단의 이번 서울공연은 문화적 이질감 우려와 체제 선전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 끊어졌던 남북 문화교류의 다리를 다시 연결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소녀시대 출신 멤버 서현과의 '깜짝 합동 무대'까지 선보이는 등 체제 선전보다는 남북 친선과 화합을 강조한 점도 이번 공연의 특징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이날 열린 서울공연에서도 북한 예술단은 강릉 공연과 거의 유사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강릉에서와같이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로 문을 연 서울공연에서도 한국 가요 'J에게'·'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당신은 모르실 거야'·'다함께 차차차, 북한 가요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서양 관현악곡 메들리 등이 펼쳐졌다.
정치적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곡 대신 남북한 양쪽 모두에 친숙한 노래를 선곡함으로써 남북 화합과 친선 도모라는 목적을 강조했다는 평가다.
특히 서울공연의 마지막 무대에서 소녀시대 멤버 서현이 깜짝 출연하며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서현과 북한 여성 중창단은 손을 잡은 채 '우리의 소원'을 함께 부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최소한의 합동 공연', '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를 지닌다"며 "무대 레퍼토리 구성에서 민족적 정서를 상당히 고려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예술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모습들도 선보여졌다.
핫팬츠 차림의 5명의 가수가 '달려가자 미래로'라는 빠른 템포의 노래를 부르며 우리나라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우리 시각에서는 다소 소박해 보일 수 있지만, 과거 북한 공연의 모습을 고려할 때 상당히 서구화·현대화됐다는 평가다.
1990년과 1998년 북한을 찾아 공연한 경험이 있는 '사물놀이의 명인'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많은 부분이 재즈의 영향 등을 받아 서양식으로 업데이트됐다"며 "악단의 절반을 차지했던 국악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것은 다소 아쉽지만 연주의 수준만큼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한국무용협회의 조남규 이사장도 "예전보다 수준이 높아지고 서구화됐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동작을 만드는 방식이나 율동도 인위적이지 않고 상당히 자연스럽고 세련됐다"고 평가했다.
북측은 정치색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노래는 남측과 협의를 거쳐 레퍼토리에서 빼거나 가사를 바꿔 부르는 식의 유연함도 보였다.
전 교수는 "'모란봉'이나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과 같은 곡들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아예 빼거나 가사를 개사하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를 비껴갔다"고 설명했다.
현 단장이 이끈 모란봉악단이 2015년 12월 첫 해외 공연을 위해 찾은 중국 베이징에서 레퍼토리로 갈등을 빚어 공연을 전격 취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대목이었다.
미국 대중음악이 대거 등장한 것도 이채로웠다.
'락엽(Autumn Leaves)'에서는 진한 색소폰 솔로가 등장했으며, 미국의 카우보이 민요 '레드강 골짜기(Red River Valley)'에서는 콘트라베이스를 피치카토 주법으로 연주하며 재즈의 워킹 베이스를 흉내 내기도 했다.
다만 일부 북한식 정서와 문화는 우리 객석에 어색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레퍼토리 중 '오페라의 유령'은 '가극극장의 유령', '올드블랙조'는 '흑인령감 조'라고 표기하는 등 북한의 고유 어법을 사용했다.
강릉 공연을 지켜본 한경자 강원대 무용학과 교수는 "핫팬츠를 입은 여성 가수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춤이나 연출력에서 우리 걸그룹과는 사뭇 달랐다"고 평했다.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남측 노래를 불렀지만 음대생들이 마치 교수님 몰래 부르는 느낌이었다"며 "훈련에 의해 표현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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