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혜란 최평천 기자 = "같은 민족이 같은 언어로 우리나라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있자니 별거 아니라 해도 괜히 찡한 게 있죠."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박정숙(79·여)씨는 극장 밖에 나와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박씨의 손을 꼭 잡고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 관현악단의 무대를 보고 나온 9살 손녀도 "너무 재미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1시간 30분간 이어진 공연을 보고 나온 관람객들은 지하철역으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면서 각자의 후기를 나누느라 분주했다.
남한 가요 비중이 생각보다 많아서 친근감이 느껴졌다는 관람객이 있는 반면, 남의 옷을 입은 듯 부자연스러웠다고 평가한 관람객도 있었다.
박모(39)씨는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언어를 쓰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한민족은 한민족이구나 싶더라"고 전했고, 민모(50·여)씨는 "'J에게', '당신은 모르실 거야' 등 우리나라 노래가 많이 나와서 좋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와 달리 이모(55·여)씨는 "우리나라 공연과 달리 자유분방하지 못해서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고, 구모(32)씨는 "한국어를 잘하는 교포가 한국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어색함이 있었다"고 평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는 현 단장이 마지막 무대에서 '백두와 한라는 내조국'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른 것을 꼽은 관람객들이 많았다.
아내와 함께 공연을 본 권오현(52)씨는 "현 단장이 혼자 노래를 부르다가 나중에는 다 같이 중창을 했는데 그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기립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고, 앙코르요청도 나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모(59)씨는 "북한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노래를 잘해서 깜짝 놀랐다"며 "특히 현 단장이 마지막에 통일 관련 노래를 불렀는데 가슴이 뭉클해졌다. 실력을 보니 괜히 단장이 아니구나 싶었다"고 웃었다.
북한음악을 연구한다는 이현주 박사는 "통일을 이야기할 때 그동안 정치논리, 사회논리로만 따졌는데 이제는 문화예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음악적 즐거움만 보여준 게 아니라 북한이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평했다.
이 박사는 "8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음악에는 전통 국악기가 다수를 차지했지만 이날 공연에서는 서양악기의 비중이 90%를 넘어선 것 같다"며 "우리나라의 취향을 많이 염두에 두고 무대를 만든 티가 났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국립극장 맞은편에 있는 건물에서 비표를 받고, 여러 차례 검문검색을 거쳐야만 공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감내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관람객들은 전했다.
박모(39)씨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극장까지 들어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니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이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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