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 선수는 '부부' 노르웨이 선수는 '연인'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연인이어서 컬링을 잘하고, 컬링을 잘해서 연인이 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믹스더블(혼성 2인조) 컬링 4강에 진출한 팀 중 두 팀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예선을 3위로 통과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아나스타샤 브리즈갈로바와 알렉산드르 크루셸니트키는 부부다.
러시아에서 열린 주니어 컬링 대회에서 처음 만난 브리즈갈로바와 크루셸니트키는 6년 전부터 사귀다가 작년 여름 결혼했다.
브리즈갈로바는 세계컬링연맹(WCF) 인터뷰에서 "스트레스도 있지만 연인과 함께 경기하는 단점은 없는 것 같다"고 자랑했다.
부부로서 더 강한 팀을 만든다고 자부한다.
그는 "우리는 하나의 목표를 추구한다. 서로 더 잘하도록 지지해준다. 그리고 경기를 같이하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된다"고 말했다.
브리즈갈로바는 지난 10일 한국 장혜지(21)-이기정(23)과 겨룬 예선 경기에서 한 번에 한국 스톤 세 개를 쳐내는 '트리플 테이크 아웃'을 두 번이나 성공하는 정교한 기술을 자랑한 바 있다.
11일 타이 브레이커 경기를 거쳐 마지막으로 4강에 합류한 노르웨이의 크리스틴 스카슬린(32)과 망누스 네드레고텐(28)은 연인이다.
각자 여자컬링, 남자컬링팀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2012년 사귀기 시작하면서 믹스더블 팀을 결성하기로 했다.
스카슬린은 "우리는 친구로 시작해 데이트하다가 점점 연인으로 발전했다"며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데 믹스더블 컬링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한 팀을 구성한 배경을 설명했다.
함께 컬링을 하면서 토라질 때도 잦다.
스카슬린은 "빙판 위에서 크게 싸울 때가 있다"고 밝혔다.
팀 결성 초반, 둘이 서로 다투다가 네드레고텐이 어이없는 실수를 한 일도 있었다. 상대 팀 스톤을 던진 것이다.
또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 네드레고텐은 어떤 일이 닥쳤는지 세세하기 말하기를 좋아하는 반면, 스카슬린은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해서 갈등이 생긴다.
스카슬린과 네드레고텐은 스포츠 심리학자이자 관계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고 더욱 돈독한 사이로 발전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서로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제 스카슬린은 네드레고텐의 소통 방식이 '최선의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나온 것임을 이해한다.
스카슬린은 "우리는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많이 웃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관계는 나빠질 수도 있고 지금도 말다툼을 한다. 그런 게 우리의 관계다"라고 말했다.
네드레고텐은 연인과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의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똑같은 열정을 공유하고, 취미를 공유하며, 함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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