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기 기술 뺏으면 최대 10배 배상…중기업계 "환영"(종합)

입력 2018-02-12 11:06   수정 2018-02-12 17:35

대기업, 중기 기술 뺏으면 최대 10배 배상…중기업계 "환영"(종합)

당정, 기술탈취 근절 대책 발표…"중기 혁신성장 유도 계기될 것"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이유미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2일 발표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은 기업 간 기술자료 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기술탈취 시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배상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 이후 제1호 정책으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근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계는 정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손쉽게 탈취해서 이익을 취하지 않으려는 상생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기업, 중소기업에 기술자료 요구 원칙적 금지

이날 발표된 기술탈취 근절 대책을 보면 당정은 법 개정을 통해 기업 간 기술자료 요구금지를 원칙으로 재정립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상생협력법을 개정해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기술 비밀자료를 거래할 시에는 비밀유지협약서(NDA)를 의무적으로 체결해 이를 위반하면 벌칙을 부과할 방침이다.
하도급거래에서 예외적으로 기술자료 요구를 할 수 있는 사유도 최소화하고 기술 요구서에 반환·폐기 일자를 명시해서 기술탈취를 방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신뢰성 있는 전문기관에 보관해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기술임치제'도 활성화한다.
창업·벤처 기업의 임치수수료를 신규 가입 시는 연간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갱신 시는 연간 15만원에서 10만원으로 각각 낮췄다.
기술자료 거래기록 등록 시스템을 구축해 대기업과 기술자료 거래내용, 자료를 요구한 대기업 담당자, 부당하다고 느낀 정황, 불합리한 상황 등을 기록해 분쟁 발생 시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소송 시 대기업도 입증 책임…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앞으로는 기술탈취 관련 소송이 있을 때 가해 혐의를 받는 대기업도 기술 침해 사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피해기업에만 입증 책임이 있어서 소송 장기화, 비용 증가 등으로 피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정부는 가해 혐의 기업에 대해서도 입증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를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상생협력법, 산업기술보호법 등에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술탈취 관련 하도급법, 특허법 등 5개 법률의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최대 3배에서 최대 10배까지 올리는 등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술탈취 사건 관련 행정부처의 조사·수사 권한도 강화할 방침이다.
검·경 등 수사기관뿐 아니라 중기부, 공정위, 특허청 등 관련 부처가 협력해 피해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기부와 특허청에 조사·시정권고 등 행정조치 권한을 보강하고, 현재 '상표권 침해'로 국한된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의 직무 범위를 '영업비밀 침해 및 디자인 도용'으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기부, 산업부, 공정위, 특허청, 경찰청, 대검찰청 등 6개 부처가 참여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중기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 소송 시 중소기업에 법률적·물적 지원 강화

정부는 기술탈취 발생 시 중소기업에 대한 법률적 조력과 물적 지원도 강화한다.
변호사협회와 협력해 대기업의 자료 요구 대응부터 소송까지 1대1로 전담 자문하는 공익법무단을 운영하고 특허 심판에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한다.
아울러 특허공제, 소송보험, 정책자금, 판로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기술탈취 피해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술보호를 위한 상생 노력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촉진하고 기술탈취가 근절될 때까지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중기업계 "긍정적 평가…대기업 기술탈취 중단해야"

중소기업계는 정부 대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기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이번 대책을 환영한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행위를 근절하고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탈취 피해기업의 가장 큰 애로였던 피해 사실 입증과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경감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사와 수사권한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피해기업의 사후구제 가능성을 높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강화를 통해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경각심도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와 기술탈취 소송을 진행 중인 생물정화기술 업체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는 "정부에서 각별한 관심을 두고 대책을 마련해주니 희망이 생긴다"라며 "업계에서 요구해오던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10배 이상으로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같은 대책 내용이 특히 긍정적"이라며 "대기업들이 이번 기회에 경각심을 갖고 관행적으로 해오던 기술탈취를 그만하기를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대기업에 자사 기술을 빼앗긴 한 중소기업인은 "현 소송제도에서는 기술탈취 피해 입증 책임이 피해기업에 있어서 중소기업이 이를 증명하기가 어려웠다"면서 "기술탈취혐의를 받는 대기업이 기술을 빼앗지 않았다고 해명하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한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업인은 그러나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대기업은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것"이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 의지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계·부품 제조업체인 오엔씨엔지니어링의 박재국 대표는 "불나고 나서 불 끄는 것보다 불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사후 보완책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대기업이 기술탈취를 하지 않겠다는 인식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ungjinpark@yna.co.kr
gatsb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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