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창업률 40년래 최저…日언론 "기술 가로채는 사례도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강력한 미국 정보기술(IT) 빅5가 신생 IT기업들을 집어삼키며 창업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 창업률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 기술혁신의 원천이 되어 온 산업의 신진대사력이 쇠약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들 빅5는 애플,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5개사다. 이들은 압도적인 사업기반을 토대로 데이터, 자금, 인적자원을 쥐락펴락한다.
공유차량 서비스업체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도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스타트업에 대해 불공평할 정도로 독점적 지위"라고 우려했을 정도다.
신생기업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빅5를 맞상대하기는 버거운 상황이다. 신생기업이 유망한 사업을 시작하려 하면 이들 빅5가 은근슬쩍 가로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꼬집었다.
실제 작년 아마존이 모니터가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 쇼'를 발표했을 때 "지나치게 닮지 않았는가"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스타트업기업 뉴클레어스가 먼저 개발한 제품과 흡사해서다.
이 회사는 아마존으로부터 창업자금 지원을 받기도 있었다. 아마존은 에코 쇼의 독창성을 주장했지만 "아마존이 신생기업에 손을 뻗쳐 기술을 슬쩍했다"는 견해도 나왔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서는 2015년 창업 1년 미만 신생기업은 41만4천 곳이다. 근년에 절정이었던 2006년보다 26% 줄었다. 미국 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주는 창업률은 8.1%로 통계가 남아 있는 1977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창업률은 금융위기 전만 해도 10%를 웃돌았다.
메릴랜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창업이 저조한 분야는 하이테크산업이다.
이에 반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은 계속 활발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연구팀은 '높은 잠재력'이 있는 기업 비율은 줄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유망 스타트업이 잠재력을 발휘해 성장할 확률은 과거보다 낮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IT 빅5는 잠재력 있는 신생기업을 속속 인수하고 있다.
미국 조사회사 피치북에 따르면 이들 빅5는 2000년 이후 600곳이 넘는 기업을 인수했다. 총액은 20조엔(약 200조 원) 규모다. 미국 데이터 회사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최첨단 AI 분야의 기업 인수(2011~16년) 부문에서 1위는 구글, 3위는 애플이었다.
창업지망자 사이에 창업 뒤 빅5 매각을 성장전략으로 사용하는 현상도 존재한다. 뉴욕의 30대 남성은 "빅5에 인수될 방법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금을 회수해 신기술이나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다.
장래의 매각을 노리는 창업에서도 신사업의 싹이 트는 것은 변함없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창업해도 빅5를 거대하게 만들어 스타트업의 경쟁 조건은 더욱 악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경제학에서는 기술혁신이 기업의 신진대사를 촉진,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생각됐다. 신기술의 대두로 빅5를 능가하는 회사가 생기는 것이야말로 성장으로 연결된다는 견해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전체로 봐도 기업들이 21세기 최대의 성장산업이라는 위치를 부여받고 있는 AI 등에서 독주하는 빅5와 어떻게 맞서느냐가 큰 논점이 됐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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