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등 생활습관병 고위험군 57%…패스트푸드 때문 비만 확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강추위에도 아랑곳없이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웃통을 벗은 채 근육질의 상체에 기름을 칠하고 등장해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 통가 태권도 국가대표 피타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35)의 예에서 보듯 통가 사람들은 풍채가 좋다.
럭비가 국민적 스포츠지만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다. 통가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의 2014년 통계에 따르면 25~64세 인구의 90.7%가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의 '과체중'이고 이 중 67.6%는 BMI 30 이상의 '비만'이다.
통가인의 허리굴레 평균은 남자가 103.3㎝, 여자는 106.7㎝다. 하루에 야채나 과일을 4종류 정도밖에 먹지 않는 사람이 73.1%를 차지한다. 당연히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 고위험군이 많다. 통가인의 57.1%가 생활습관병 고위험자로 분류되고 있다.
태평양 도서국가는 대체로 비만도가 높다. WHO 조사결과에 따르면 파라오와 나우루, 사모아 등의 18세 이상 비만율도 40%가 넘는다. 통가의 비만율은 이들 국가와 비교해도 크게 높다.
수도 누쿠알로파에 있는 국립 바이올라병원의 경우 150여 명의 입원환자 중 60%가 당뇨,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을 앓고 있다. 리시아테 키리페니 병원장은 아사히(朝日)신문에 "우리는 지금 위기 속에 있다"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통가인의 주식은 빵나무 열매와 타로토란 등이었다. 탄수화물과 수분이 많아 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음식이다. 외국과의 교류수단이 제한적이어서 이들 주식과 야채, 과일, 생선 등을 주로 먹었다.
그런 통가에 몇십 년 전 버터와 잼을 듬뿍 바른 식빵과 패스트 푸드, 지방, 염분이 높은 가공식품이 들어온 게 비만을 초래한 요인이다. 요즘은 빵나무 열매는 별로 먹지 않아 70% 정도가 버려진다고 한다.
통가 정부가 마침내 비만 퇴치운동에 나섰다. 정부는 작년부터 "첫 1천일"이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임신 3개월 이내에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당뇨병 위험 등을 검사한다. 출산 후에는 2년 정도 계속해서 개별적으로 필요한 치료와 건강식 지도를 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비만율이 높은 데다 임부가 당뇨병일 경우 태어나는 아기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건부 담당자인 오파 두키아는 여성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가족의 건강을 위한 재료를 엄마에게 제공하는 기회도 된다"고 설명했다.
작년 7월에는 청량음료나 과자 등의 가공식품을 비롯, 지방이 많은 양고기 등에 부과하는 "비만대책세"도 도입했다. 청량음료수의 경우 최대 1ℓ당 1.5-4 파앙가(약 750~2천원), 양고기는 1㎏당 1.15 파랑가(약 580원)을 소매가격에 얹어 세금으로 부과한다.
그러나 식생활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수도 중심부에 있는 정육점에서는 지방이 듬뿍 실린 뉴질랜드산 양갈비가 잘 팔린다. 정육점 주인인 마리아 통가는 "세금이 얹혀 값이 비싸도 양갈비가 가장 인기"라면서 "1주일에 100㎏은 판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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