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문제 심각성 사소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한국수자원공사가 각종 보고서를 임의로 파기하다 적발돼 국무회의에 보고가 됐음에도 또다시 기록물을 무단 반출해 없애려다 들통이 났다. 기록물 관리 부실을 넘어 의도적인 파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기록원이 지난해 벌인 '주요기록물 관리 실태점검' 때 기록물 폐기목록조차 남기지 않고 폐지업체를 통해 서류를 없애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는 올해 1월 9일 국무회의에 정식으로 보고됐고, 언론을 통해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기록원의 '지적사항'이 국무회의에 보고된 당일인 9일부터 18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기록물을 반복적으로 무단 반출·파기했다. 1∼4회에 걸쳐 반출·파기된 기록물은 무려 16t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자원공사는 같은 달 18일에도 2t가량의 기록물을 폐지업체를 통해 없애려다 업체 직원의 제보로 무단 반출 현장이 들통나면서 국가기록원 점검을 받게 됐다.
국가 주요 현안을 심의하는 국무회의 자리에 기관 지적사항이 담긴 내용이 보고된 날 또다시 기록물 무단 반출과 파기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수자원공사는 무거운 책임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1월 9일 국무회의에 보고되고,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도 당일부터 4차례나 파기가 됐다는 게 문제"라며 "문제 심각성이 절대 사소하지 않다는 게 내부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 공공기관은 물론 국가기록원조차도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는 폐기할 수 없는 '국책사업' 관련 문건들이 수자원공사의 기록물 무단 반출과 폐기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이 지난달 18일 무단 폐기 제보를 접하고 현장에 나가 확보한 407건의 문건 중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논란'에도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던 4대강 사업 보고서와 서류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주의'라는 용어가 상단에 명기된 '경인 아라뱃길 국고지원' 보고서에는 그간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막대한 손실 예상액도 적혀 있다.
수자원공사는 대통령 지시사항이 담긴 이 보고서에서 5천247억원의 국고를 지원하려는 계획을 밝히면서 "국고지원이 있는 경우에도 1조원 이상 손실(이) 예상(된다)"며 이미 사업 자체가 무리했다는 점을 자인하고 있다.
이런 탓에 수자원공사가 이를 감추기 위해 국책사업 관련 내부 보고서를 무단 파기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가기록원은 현장에서 봉인한 407건의 문건 중 302건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지 않고 무단 파기하려 한 기록물 원본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그러나 이번 점검에서 확인된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고, 그런 탓에 발표도 늦어지게 됐다고 기록원은 덧붙였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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