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동·서 유럽의 경계' 슬로베니아

입력 2018-03-13 08:01  

[연합이매진] '동·서 유럽의 경계' 슬로베니아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슬로베니아가 한국인 여행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인 멜라니아가 태어난 곳이기도 한 슬로베니아는 최근 TV 드라마 '흑기사'의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한국에서 인지도가 한층 높아졌다. 슬로베니아는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海), 낭만적인 블레드 호수, 눈 덮인 율리안 알프스와 다양한 먹을거리를 갖춘 힐링 여행지로 꼽을 만하다.
동유럽과 서유럽의 경계에 있는 슬로베니아는 서쪽으로 이탈리아, 북쪽으로 오스트리아, 동쪽으로 헝가리, 남쪽으로 크로아티아와 접한다. 경기도의 약 두 배인 2만㎢의 면적에 200만 명이 살고 있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자동차로 3시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나라다.
바다, 호수, 알프스가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먹거리는 예부터 유럽인들이 힐링 여행지로 찾아들게 했다. 이곳에서는 오전에 도시를 한가롭게 거닐며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에는 아드리아 해에서 수영을 즐기고 저녁에는 율리안 알프스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 유럽의 녹색 수도, 류블랴나

슬로베니아는 국토의 3분의 2가 숲으로 뒤덮인 세계 최대 녹색 국가 중 하나다. 국토 중앙에 있는 수도 류블랴나(Ljubljana)는 온통 초록빛이다. 2016년 '유럽의 녹색 수도'로 지정되기도 했다.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무대로 널리 알려졌다.
류블랴나는 '사랑스럽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름처럼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경이 도처에 가득하다. 도시 곳곳에서는 도시의 상징인 용 조각을 볼 수 있는데 거리를 거닐다 보면 마치 용이 사는 동화 속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우디가 있듯이 류블랴나에는 요제프 플레츠니크가 있다. 이곳 출신 건축가인 플레츠니크는 류블랴나를 설계하고 수많은 건축물을 지었다. 그가 건설한 건축물과 다리, 광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드라마 '흑기사'에서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난 삼중교와 용이 새겨진 다리는 필수 방문지다. 도심 한가운데 솟아 있는 류블랴나 성에서는 도시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보트를 타고 류블랴나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를 지나며 구시가를 감상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돌아볼 수도 있다.



◇ 낭만 넘치는 블레드 호수

알프스의 빙하가 흘러들어 형성된 블레드 호수는 슬로베니아를 유명 여행지로 만든 주인공이다. 하얀 눈이 덮인 웅장한 율리안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가운데 작은 섬을 품은 호수는 동화 속처럼 몽환적이고 낭만적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요정이나 공주가 물 위를 걸어 나올 듯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섬에는 높은 종탑이 있는 성모승천 성당이 있다. 신랑이 신부를 안고 성당까지 이어지는 계단 99개를 오르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성당 안에는 소원을 이뤄준다는 종이 있어서 온종일 사람들이 울리는 종소리로 가득하다.
블레드 섬과 호수의 풍광은 호수 북쪽 언덕에 있는 블레드 성에서 감상하기 좋다. 내부에는 와인 저장고 외에 중세 시대 유물 전시관과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섬에 가려면 뱃사공이 노를 젓는 전통 배인 플레트나를 타야 한다. 호수의 수심은 그렇게 깊지 않지만 올 2월 2일 보트를 타던 한국인 관광객이 호수에 빠졌다가 구조되는 일이 있었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블레드 서쪽에는 슬로베니아 유일의 국립공원인 트리글라브 국립공원이 있다. 트리글라브 산은 해발 2천864m로 슬로베니아 최고봉이다. 국립공원의 중심부에는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보힌 호수가 있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거대한 장벽처럼 서 있는 율리안 알프스의 산줄기와 호수, 마을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포스토이나 동굴

카르스트는 석회암이 녹아 형성된 지형을 말한다. 류블랴나 남서쪽에 있는 크라스(Kras) 지방은 바로 이 용어가 유래한 곳이다. 이곳에는 물에 용해된 석회암이 독특한 모습의 지하 세계를 만든 동굴이 1만 개가 넘는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포스토이나 동굴이다.
이 굴의 길이는 17.8㎞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 관람객은 이 중 5㎞ 구간을 탐방할 수 있다. 첫 2㎞ 구간은 전용 열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내부에서는 종유석, 석순, 석주 등 200만 년에 걸쳐 형성된 동굴 생성물이 장관을 이룬다. 높이 35m, 너비 50m, 길이 120m의 '콘서트홀'이라 불리는 거대한 공간이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동굴 도룡뇽붙이'(OLM)란 희귀 생물도 살고 있다. 사람과 비슷한 피부를 갖고 있어 '휴먼 피시'라 불린다. 세계 유일의 지하동굴 우체국도 있다.
포스토이나 동굴 인근에는 800여 년 전에 건축된 프레드야마 성이 있다. 높이 123m의 절벽에 들어선 성으로 한쪽 벽이 동굴과 연결돼 있다. 이곳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도둑 남작'으로 불린 에라젬 프레자마스키란 인물이 가족, 하인과 함께 왕의 공격을 피해 이곳에서 1년간 지내다 결국 하인의 배신으로 돌포탄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내부에는 당시 돌포탄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커다란 돌덩이들이 놓여 있다. 프레자마스키의 침실, 예배당, 부엌도 재현돼 있다.



◇ 베네치아를 연상케 하는 휴양도시 '피란'

아드리아 해를 향해 뾰족하게 돌출한 반도의 끝에 있는 피란은 유럽인이 사랑하는 휴양도시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도시 전체가 붉은 지붕을 이고 있는 고딕 양식 건물로 가득 차 있다. 13~18세기에 베네치아공화국의 지배를 받은 탓에 '작은 베네치아'로 불린다. 이곳의 수많은 건축물과 종탑은 베네치아를 연상케 한다.
피란은 소금으로 번성했다고 한다. 인근 세초블레의 자연 염전에서 나는 소금은 생물 침전물을 이용해 생산하는데 품질이 뛰어나 여행 기념품으로 많이 판매된다. 소금은 이곳을 요리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싱싱한 생선, 올리브, 와인과 함께 최고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슬로베니아는 물이 좋기로 유명하다. 수로의 길이가 3만㎞에 달하고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마그네슘과 칼슘이 풍부한 온천 지대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전통 음식으로는 호두, 땅콩, 헤이즐넛, 아몬드, 꿀, 치즈, 말린 과일 등 100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케이크인 포티차, 감자와 부추를 이용한 일종의 만두인 즐리크로피, 자연풍에 12개월간 말린 햄인 프로슈토가 유명하다.
슬로베니아는 와인과 벌꿀 산지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두 번째 도시인 마리보르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밭이 있다. 전국에 산재한 양봉장에서는 다양한 꿀 제품을 살 수 있다.


◇ 여행 정보

▲ 항공편 = 한국과 슬로베니아를 잇는 직항편은 없다. 루프트한자, 터키항공, 러시아항공, LOT 폴란드항공, 에어프랑스, 대한항공 등을 이용하면 다양한 경유지를 한 차례 거쳐 갈 수 있다.
▲ 시차 = 한국보다 8시간 늦다.
▲ 기후 = 국토는 작지만 다양한 지형 때문에 지역에 따라 다른 날씨가 나타난다. 아드리아 해에 접한 곳은 지중해성 기후로 겨울에도 온화하다. 북서 지역은 고산지대로 겨울에 무척 춥다. 동부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대륙성 기후가 나타난다. 일교차가 심하므로 옷을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
▲ 전압 = 220V. 우리나라와 동일한 콘센트를 사용한다.
▲ 통화 = 유로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3월호 'Travel Abroad'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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