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농산물 툭하면 가격폭등…"생산자 감소·고령화 영향 크다"

입력 2018-02-12 15:42  

日 농산물 툭하면 가격폭등…"생산자 감소·고령화 영향 크다"
수확 힘든 밀감 재배에 체력부담…배추·무 '무거운 채소'도 기피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올겨울 일본에서 귤 한 봉지 값은 680엔(약 6천800원)으로 1년 전보다 60% 정도 비싸진 곳도 있다. 도매가격은 21년 만의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직접적인 이유는 2017년 여름~가을의 일조량 부족과 태풍 등 기상 악화지만 "생산 기반이 약화한 영향이 좀 더 근본적"이라는 것이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 히가 마사히로 전무의 설명이다.
일본에서 귤은 평지보다는 경사면 재배가 많아 수확작업이 힘들다. 이 때문에 평균 연령 67세로 체력이 약한 일본 농민들이 재배를 꺼리면서 귤 재배 면적은 고도성장기보다 70% 감소했다.
경작이 힘든 '무거운 채소'의 위기도 일본농업이 갈림길에 섰음을 상징한다.
배추가 대표적이다. 1상자에 18㎏ 안팎으로 무겁고 매년 가격변동은 심하다. 올겨울처럼 비싸져도 농민들은 고된 작업 탓에 즐겁지만은 않다. 가격이 안정되어도 재배 자체에 힘이 들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작물로 전환하는 농민이 많다고 한다.
무도 올겨울 소매가격이 평년의 2∼3배로 뛰었다. 이처럼 올겨울 겨울 채소 가격 상승은 봄에 대체 채소가 출하돼도 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일본 농작물 가격은 갑자기 올랐다기보다는 해를 거듭하며 상승해 왔다는 것이 신문의 소개다. 귤 소매가는 3년 전보다 20%, 10년 전보다 40% 비싸다. 2배 오른 양배추는 1년 전에도 가격이 높았다.
일본농업은 베테랑 개인 농가들이 익힌 기능을 살려 판매분 이외에도 자가소비나 친척들에게도 줄 여분을 재배해 왔지만, 최근에는 베테랑 농가들이 줄어들며 가격 진폭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농업인구는 최근 10년 40% 줄어든 181만 명이다. 농가의 43%는 70세 이상으로 체력의 한계에 의해 줄줄이 농업을 등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날씨 영향은 옛날부터 그대로다.
일본종합연구소 미와 야스후미 시니어 스페셜리스트는 "농업은 사람의 손길이 가는 빈도가 줄어들면 일기불순의 영향도 받기 쉬워진다"며 농업인 감소에 따른 농작물 가격변동 영향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과수는 잎이나 열매를 솎아내지 않으면 일조량 부족이 더욱 심해져 수확량이 준다.
지금까지는 남아돌아 걱정이었던 일본인의 주식 쌀도 문제다. 1970년부터 계속된 주식용 쌀 경작면적 줄이기 정책이 올해 끝났지만, 사료용 쌀을 110만t으로 늘린다는 정부의 목표는 그대로다.
쌀 생산 1위 홋카이도와 2위 니가타를 합한 수확량이 사료용으로 쓰인다. 그런데 쌀은 예상 수요량만큼만 재배하는 경향이 강해 흉작이 되면 곧바로 공급부족에 빠진다.
2017년 8월 미야기현 센다이 지역의 일조량이 반으로 줄면서 쌀 수확도 줄었다. 도쿄도 내 슈퍼에서 미야기 특산 '히토메보레' 쌀이 가을부터 사라졌다. 그러면서 도매가격이 10% 올랐다.


예전 같으면 일부 쌀이 부족해도 공급을 보충해 줄 잉여분이 있어 가격이 유지됐지만, 현재는 잉여분이 부족해 히토메보레 등의 쌀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 쌀 도매업체의 설명이다.
일본은 농림수산물의 수출 1조 엔(약 10조 원)을 목표로 한다. 2017년 수출은 전년 대비 8% 늘어나는 8천억 엔이다. 그런데 일본의 식량자급률은 선진국 가운데 최저인 38%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대로 농업 생산자가 줄어들면 일본농업은 더욱 위태로워진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우려했다. 식품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는 식량자급률 100%를 넘는 사례도 많아 일본과는 대비된다.
신문은 '벼랑 끝에 선 일본의 먹거리'라는 시리즈물 첫 회에서 이렇게 소개하며 "일본농업 생산력을 높이는 연구가 필요하다. 식품가격 앙등은 일본 식량생산 체제에 대한 경종"이라고 경고했다.
tae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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