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약물 사용 징계에 자숙하면 폐회식서 러시아 국기 게양 허용"
러시아측 '음모' 주장 계속…"분노하는 러시아는 무적"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러시아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약물사용에 따른 징계로 국가 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만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지만, 강릉에서 문을 연 러시아홍보관 격인 '스포츠 하우스'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조치에 나 반발 심리가 곁들여진 러시아 애국주의 열기가 가득하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전했다.
IOC는 러시아 선수 47명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금지했으나, 거의 170명에 이르는 선수가 개인 자격으로 참가했다.
지난 10일 오전, 해변의 예식장에 만들어진 '스포츠 하우스'는 IOC의 징계 때문에 건물 외관엔 러시아란 말이나 올림픽의 오륜 상징을 쓸 수 없다. 하지만 온갖 러시아 소품들로 꾸며진 홍보관 안에선 러시아에 첫 메달을 안긴 쇼트트랙 스피드스케터 세멘 엘리스트라토프의 동메달 입상을 축하하는 러시아 국가를 20여 명이 힘차게 합창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역대 올림픽 성적과 러시아 문화를 알리는 소품들로 가득한 이곳에선 "러시아의 자부심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며 IOC의 '자숙' 주문에도 러시아는 기죽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 9일 홍보관 개관식에서 "러시아는 올림픽 게임에 전면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러시아 스포츠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민족주의적 열기는 IOC의 요구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IOC는 러시아 국가 올림픽위원회 관계자의 참석과 러시아 국기 및 유니폼의 전시, 국가 연주 등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러시아 팬들이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것은 허용된다.
IOC는 러시아 대표단이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는 25일 폐막식에선 러시아 국기를 게양토록 허용할 것이라고 러시아 측에 알렸으나, 러시아 측은 여전히 약물사용에 따른 징계를 음모라고 주장하고, 러시아라는 국가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IOC는 러시아 측이 IOC의 금지 사항을 제대로 지키는지 이 스포츠 하우스 내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엘리스트라토프는 동메달을 딴 후 자국 선수들에게 "끝까지 싸우고 포기하지 말자"라고 말하고 기자들에겐 "현 상황을 생각하면 이 메달은 나에겐 금메달과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장대높이뛰기에서 올림픽을 2연패 한 옐레나 이신바예바 IOC 선수위원회 위원도 인스타그램에서 러시아의 올림픽 참가가 금지됐지만 "분노하는 러시아는 무적"인 만큼 러시아가 평창에서 이길 것이라고 외쳤다.
스포츠 하우스에서 파티가 열리고 있는 방의 건너편 방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액자 사진이 걸려 있고, 이 홍보관 후원자 명단을 명기한 판에는 러시아 정·재계 거물들이 이사로 참여한 러시아올림피언스재단도 올라 있다.
붉은색 방안 벽들에 "내 마음속 러시아"라는 구호가 새겨진 스포츠 하우스는 러시아 선수들을 입장시킬 수 없다. 원래 올림픽에서 각 국가올림픽위원회가 세우는 홍보관은 선수와 임원들의 휴식처 역할도 할 수 있게 돼 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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