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기합 소리가 한반도 해빙 같아"…DJ 삼남 김홍걸 씨 건배 '눈길'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민족은 민족이로구나. 우리 민족이 힘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고, 다른 강대국도 어쩌지 못하겠다는 것을 올림픽 개막식에서 심장으로 느꼈습니다." (리용선 ITF 총재)
서울시청에서 합동 시범공연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은 남북 태권도 시범단이 1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나란히 앉아 '화합의 뒤풀이'를 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 열린 만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조정원 WT 총재·리용선 ITF 총재와 남북 시범단이 참여했다.
우리 시범단은 검은색 정장에 흰 셔츠를 갖춰 입었고, 하늘색 타이로 깔끔하게 포인트를 줬다. 북한 선수단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붉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단복을 입고 등장했다.
행사에서는 특히 남북 시범단을 섞여 앉도록 좌석을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남북이 번갈아가면서 앉게 되자 북한 선수들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어색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이웃한 상대 선수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박원순 시장은 선수 테이블로 다가가 북한 선수의 손을 만지며 "태권도 시범을 보일 때 날아올까 봐 겁이 났다. 격파하던데 괜찮으냐"고 물었고, 북한 선수는 표정 변화 없이 "일 없습네다(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박 시장은 만찬에 앞서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의 기합 소리가 그동안 꽁꽁 얼어붙은 한반도가 해빙을 맞이하는 소리 같아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며 "남북이 함께 아름다운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정원 WT 총재는 "(남북이) 이렇게 자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많은 분이 와서 (공연을) 보고 태권도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제부터 좀 더 자주 만나서 우리 민족 고유의 무술인 태권도가 전 세계에서 존중받는 스포츠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조 총재는 서울을 찾은 리용선 ITF 총재가 "서울 명예시민증은 어떻게 받느냐"고 물어봐 "서울에 10번은 더 와야 한다"고 농담을 던졌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리 총재는 이에 "지금까지 (서울에) 4번 왔다. 앞으로 더 많이 와야겠다"고 화답했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리용선 ITF 총재는 "태권도에 몸담은 한 사람으로서 우리 민족의 자랑인 태권도를 가지고 조국을 통일하고 민족의 화합을 이룩하는 데 제 지혜와 정열을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날 건배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 맡았다.
김 의장은 "여러분들이 서울에 온 것이 이 땅에 평화가 시작되고 우리 남북 동포가 같이 어울려 잘 사는 세상이 오는 시작이 되기 바란다"며 건배사로 '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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