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터키가 체결한 난민 송환 협정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 가운데 극소수만 터키로 송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리스 난민청의 전 대표가 밝혔다.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마리아 스타브로풀루 그리스 난민청 전 청장은 11일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에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에 유입된 난민 가운데 터키로 되돌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난민은 고작 전체의 16%가량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비율은 자발적으로 본국으로 귀환을 원하거나, 난민 자격 심사를 포기하는 사람을 포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브로풀루 전 청장은 EU와 터키 사이의 난민송환 협정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EU 지침에 근거한 그리스 법규 때문에 터키로 많은 수의 난민들을 되돌려보낼 수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는 EU와 터키의 협정으로 서유럽으로 가길 원하는 난민들이 그리스에서 발이 묶이며 난민 신청이 폭주하는 바람에 난민 자격 심사 절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터키가 그리스 국내법으로 '안전한 제3국'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탓에 난민 송환 자체에도 위헌 소지가 있어 난민 송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리는 법규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정치적인 결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난민 송환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현재 그리스 섬들에만 국한된 유럽난민지원청(EASO) 파견 전문가들의 지원이 그리스 본토로도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EU는 2016년 3월 터키와 협정을 체결, 터키로부터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 중 불법 이주민을 터키가 다시 전부 받아들이는 대가로 터키에 자금을 지원하고, 터키 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 요건 완화 시기를 앞당기기로 합의한 바 있다.
2015년 한 해 동안 시리아 등에서 터키를 거쳐 100만명이 넘는 기록적인 난민이 쏟아져 들어온 그리스에는 EU와 터키의 난민 협정 이후 난민 행렬이 약 90%까지 급감했으나, 유럽 다른 나라로 가는 길이 막힌 탓에 현재 약 6만 명의 난민이 레스보스 섬 등 도서 지역과 아테네 등 본토의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 난민 캠프는 정원을 훨씬 초과한데다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지지 않고, 치안마저 열악해 상당 수 난민들이 성폭행 등의 극한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유엔난민기구(UNHCR)는 최근 발표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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