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노선영, 하늘의 동생과 함께 뛴 1천500m…"보고 있니"

입력 2018-02-12 21:56   수정 2018-02-1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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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노선영, 하늘의 동생과 함께 뛴 1천500m…"보고 있니"

故노진규 누나 노선영,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올림픽에서 감동의 레이스
동생 위해 뛰겠다는 약속 지켜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노선영(29·콜핑팀)이 하늘에 있는 동생, 고(故) 노진규를 대신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노선영은 12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1분 58초 75로 메달권엔 들지 못했지만, 그의 레이싱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번이 네 번째 올림픽 무대였지만, 노선영은 많이 긴장한 듯했다.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제자리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5조 아웃코스에서 카자흐스탄 예카테리나 아이도바와 나란히 선 노선영은 총성이 울리기 전에 움직이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레이스가 시작되자 노선영은 온 힘을 다해 달렸다. 레이스를 마친 뒤엔 모든 것을 쏟아낸 듯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과천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스케이트를 탄 노선영은 서현고 1학년 때인 2005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듬해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주목받았다.
노선영의 동생인 노진규는 누나의 모습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3살 터울인 노진규는 9살 때 누나를 따라 스케이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뛰어난 체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과천중학교 시절 주니어 상비군에 발탁됐다.
롱트랙과 쇼트트랙에서 나란히 국내 최고 자리에 오른 두 선수는 2011년 만개했다.
노선영은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올랐고, 노진규는 영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
노선영-노진규 남매는 당시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리 살가운 남매는 아니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있다"라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남매는 2013년 나란히 2014 소치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쾌거를 만들기도 했다.



노선영-노진규 남매는 큰 대회를 앞두고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노진규는 갑자기 찾아온 어깨통증을 안고도 소치올림픽 준비에 매진하다 훈련 도중 팔꿈치가 부러지면서 소치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그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어깨도 함께 치료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이 자라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노선영은 동생의 곁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 소치 올림픽 출전을 위해 훈련에 매진해야 했다.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당시 노선영은 동생을 위해 뛰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그는 소치 올림픽 여자 3,000m에서 25위를 기록하는 등 기대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귀국했다.
노진규는 병마와 투병하다 2016년 4월에 세상을 떠났다. 24세의 젊은 나이였다.
동생을 하늘로 떠나보낸 뒤 은퇴를 고려했던 노선영은 부모님을 생각하며 스케이트 끈을 다시 동여맸다.
동생이 그토록 서고 싶어 했던 2018 평창올림픽에 출전해 마지막 질주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눈물을 꾹 참고 훈련에 매진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표팀 자격을 얻은 뒤 언론과 인터뷰에서 "힘든 시기에 부모님이 용기를 주셨다"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그러나 노선영은 2014년 소치 대회 때 그랬듯, 순탄치 않은 길을 다시 걸었다.
그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착오로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개인 종목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고,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는 듯했다.
이후 예비엔트리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다시 획득했지만, 감정의 골은 깊어진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평창행 티켓을 받은 노선영은 눈물을 닦고 다시 일어났다.
그는 감정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평창올림픽 빙상경기가 열리는 강릉에 입성했고, 동생이 꿈꿔오던 평창올림픽 무대에서 모든 힘을 쏟았다.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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