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임충일 미술감독 "인면조, 하늘과 땅 잇는 존재로 구상"

입력 2018-02-13 08:31   수정 2018-02-13 08:35

[올림픽] 임충일 미술감독 "인면조, 하늘과 땅 잇는 존재로 구상"
"미술팀 모두 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 상상 못해"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9일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의 '신스틸러'는 인면조(人面鳥)였다. 푸드덕 날갯짓과 함께 눈앞을 스쳐 지나간 '괴물체'는 개회식 종료 후 그 구체적인 형상이 드러나면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인간의 얼굴과 새의 몸을 한 인면조를 대하는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리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인면조를 다양한 형태로 각색한 팬아트가 쉼 없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정책을 알리는 대한민국 정부 트위터의 소개 사진도 인면조 캐릭터로 바뀌었다. 인면조는 일본을 비롯한 외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화제몰이 중이다.
인면조는 임충일 미술감독이 이끄는 미술팀이 탄생시킨 퍼핏(인형) 중 하나다. 개회식 직후 SNS에 "우리 아이를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밝힌 배일환 감독을 비롯해 총 9명이 이 팀에 속해 있다. 폐회식 리허설에 바쁜 임 미술감독을 13일 서면으로 만났다.
임 미술감독은 "인면조가 SNS에서 큰 화제를 일으켜서 미술팀 모두가 기뻐하고 있다"라면서 "모두 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쏟아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개회식의 주요 콘셉트 중 하나는 우리 민족이 고대부터 그려온 평화를 담아내는 것이었다. 임 미술감독은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 평화를 수호하는 사신과 함께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로 인면조를 등장시켰다"라면서 "고구려 벽화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개회식에는 인면조뿐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 속 많은 동식물이 등장했다. 사용된 퍼핏의 종류는 32개, 수는 85개에 이른다. 알고 보면 퍼핏은 다국적 창작품이다. 구체적인 퍼핏 디자인은 배 감독이 맡았지만, 우리 눈앞에 서기까지 여러 나라 사람들의 손을 거쳤다.
임 미술감독은 "미국의 퍼핏 디자이너인 니컬러스 마혼이 메커니즘 설계의 슈퍼바이저 역할을 담당했다"라면서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말레이시아 제작팀에서 본 제품의 제작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임 미술감독은 이번 개회식에서 우리나라의 과거부터 미래가치를 폭넓게 담아내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라는 큰 주제 아래 젊은이들이 낯설게 느끼는 우리 고대문화를 먼저 소개하고, 정선아리랑 무대를 통해 우리의 정서를 전하면서, 미래의문을 통해 초연결을 표현하는 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사전제작 단계에서는 한국적인 요소들을 현대의 보편적이고 글로벌한 감각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고, 현장에서는 날씨 때문에 고생했다"고 말했다. 특히 철저한 대비를 했음에도 오브제와 장비들이 강풍에 쓰러지고 예상을 뛰어넘는 추위에 작동하지 않는 일이 자주 발생해 스태프를 곤혹스럽게 했다.
"그래도 담아내고자 했던 모든 것들이 잘 표현돼서 보람차게 생각합니다. 특히 인면조에 너무나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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