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청소' 논란 미얀마, 불도저로 로힝야족 흔적도 지웠다

입력 2018-02-13 10:19  

'인종청소' 논란 미얀마, 불도저로 로힝야족 흔적도 지웠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반군 토벌을 빌미로 로힝야족 민간인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는 '인종청소'를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얀마가 로힝야족의 흔적까지 말끔하게 지웠다고 AF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최근 미얀마 주재 외교단의 분쟁지역 방문에 동참했던 크리스티안 슈밋트 유럽연합 대사는 애초 로힝야족이 거주하던 마을을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공개했다.
사진 속 로힝야족 마을은 이제 사람이 살던 곳으로 볼 수 없을 정도다.
미얀마 당국이 중장비를 이용해 불에 탄 건물의 잔해를 완전히 철거하고 마을 인근에 있던 수목도 깨끗하게 밀어버린 탓이다.



농토로 둘러싸인 마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불에 탄 뒤 남은 희뿌연 재뿐이다.
로힝야족 인권단체인 아라칸 프로젝트의 크리스 레와 대표는 "로힝야족들이 파괴된 마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앞으로 우기에 비가 내리면 로힝야족의 삶의 자취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힝야족은 그들(미얀마 군인들)이 자신들이 살았던 흔적을 쓸어버리려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난민 송환 책임자인 민 미얏 아예 사회복지부 장관은 "(로힝야족) 마을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실행하려 한다. 그들이 돌아오면 원래 거주지나 원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 수 있다"고 해명했다.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 사회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국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오랫동안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30여 곳을 습격하자 미얀마군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반군 소탕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7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유혈사태를 피해 국경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또 국경없는의사회는 유혈사태 한 달 만에 6천7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추산했다.
또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성폭행과 방화, 고문을 일삼으면서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했고, 국제사회는 이런 미얀마군의 행위를 '인종청소'로 규정해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미얀마는 이런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하면서 국제사회가 구성한 조사단의 활동도 불허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연말 로힝야족 난민을 2년 이내에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끔찍한 박해를 경험한 난민들은 신변 안전과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텼고, 이로 인해 난민 송환 개시는 무기한 연기됐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정부 고위관리가 양국 국경지대에 머물러온 난민들에게 본국 송환을 강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얀마 내무부의 아웅 소에 차관은 최근 국경지대에 있는 황무지에 머무는 6천여 명의 로힝야족 난민들에게 즉각 난민촌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SNS를 통해 유포된 영상에 따르면 그는 국경 철조망 너머에 있는 난민들을 향해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얀마로 돌아오라.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로 좋지 않은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미얀마 관할의 황무지에 머물러온 난민 딜 모함마드는 "그들(미얀마군)이 종종 공포탄을 쏘면서 공포심을 조장한다. 인근 마을에 불을 질렀다는 소문도 들었다"고 우려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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