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감수'가 스노보드의 본질…25살 넘으면 이미 '노장'
(평창=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고 있는 평창 휘닉스 스노파크는 '10대 세상'이다.
13일 '천재 스노보드 소녀' 재미교포 클로이 김(18)이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틀 전에는 레드먼드 제라드(18·미국)가 남자 슬로프스타일에서 시상대 정상에 올랐다.
2000년 4월 23일에 태어난 김은 17세 9개월에 올림픽 정상에 올라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17세 7개월에 금메달을 따낸 제라드는 동계올림픽 사상 두 번째로 어린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유독 스노보드에서 10대의 반란이 거세다.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은 그 이유를 위험을 감수해야 점수가 잘 나오는 이 종목의 본질에서 찾았다.
두 선수가 평창에서 대활약하면서 스포츠 팬들은 '신동이 나타났다'며 열광하지만, 정작 스노보드계에서는 '겁 없는' 어린 선수일수록 스노보드를 잘 타는 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히려 25살이 넘은 '노장'이 금메달을 따는 게 더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BBC 해설가 에드 리는 "경험을 갖추면 확실히 유리한 점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많은 늙은 선수들은 어린 선수들처럼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 중 몇몇은 13세 정도다. 이들은 환경만 뒷받침된다면 놀라운 성적을 낼 수 있는 이들이다"라고 전했다.
리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고의 여자 선수는 김이 아니라 일본의 13살 스노보더 무라세 고코모다. 그러나 무라세는 15세 미만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나이 제한 룰'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김 역시 나이 제한 룰 탓에 만 13세이던 2014년 소치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당시 김이 출전했다면 금메달은 그의 차지였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제라드는 이미 10살 때 최고 수준의 성인 선수들이 구사하는 기술을 통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나이 제한 룰을 없애 이들이 일찍 올림픽 무대에 나와 더 나은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맞을까.
리는 "13살짜리를 올림픽 무대에 서게 하는 것은, 어린이가 연습용 카트를 잘 탄다고 포뮬러원(F1) 차를 몰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대했다.
그는 "깃털처럼 가벼운 10대 아이가 점프하면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다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스노보드에서 '경험'은 '젊음'만큼 강하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무시 못 할 덕목이라는 게 리의 생각이다.
이번 대회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은 몸을 날아가게 할 정도로 강한 바람 속에 치러졌다. 금메달은 '위기관리'에 능했던 26살의 베테랑 선수 제이미 앤더슨(미국)에게 돌아갔다.
리는 "스노보드에서도 때로는 안전을 위해 스스로 성숙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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