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잉그리드(오브리 플라자 분)는 '좋아요' 중독이다. 종일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며 '좋아요'를 누르는 게 일이다. 잠을 잘 때도 충전 케이블이 꽂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수많은 SNS 유명인사들을 팔로잉하지만, 자기 계정 팔로워는 별로 없다.
영화 '언프리티 소셜 스타'(원제 'Ingrid Goes West')는 SNS 중독의 폐해를 꼬집는 블랙 코미디다. SNS에 멋지게 가공해 내놓은 일상과 인간관계가 신기루에 가깝다는 전형적 메시지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잉그리드는 어느 날 잡지에서 본 SNS 스타 테일러(엘리자베스 올슨)에게 푹 빠진다. 팔로워가 26만명이나 되는 테일러는 온라인으로 전세계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좋다고 말한다. 테일러는 장소와 상관없이 인간관계를 무한정 확장할 수 있다는 SNS의 순기능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테일러의 짧은 답글에 감명받은 잉그리드는 그의 멋진 삶을 베끼기로 결심한다. 어머니가 남긴 유산을 탈탈 털어 테일러가 사는 로스앤젤레스로 무작정 떠난다. '워너비' 테일러처럼 꾸미기는 어렵지 않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인스타그램에 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일러의 SNS에 올라온 식당과 미용실에 가서 같은 사진을 찍고, 똑같은 가방과 책을 산다.
잉그리드는 여러 경로로 접근한 끝에 테일러와 현실에서도 친구가 되는 데 성공한다. 함께 여행을 떠나고 파티를 즐기던 중 그의 괴짜 오빠 니키(빌리 매그너슨)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
테일러의 집 화장실에서마저 몰래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는 잉그리드는 내내 극단적이고 과장된 행동을 계속한다. 영화는 잉그리드가 결혼식에 자신을 초대하지 않은 SNS 스타를 테러했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과거사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 때문에 관객은 잉그리드가 무슨 짓을 벌이든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인지 따지지 않게 된다.
영화는 잉그리드만큼이나 테일러의 삶 역시 가식으로 가득 차있다고 꼬집는다. SNS에서 '핫'하고 '힙'하게 보이기 위한 조건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하다. 멋진 구도의 사진에 적당한 문화예술적 취향을 한두 문장으로 드러내면 된다.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가벼워서는 안 된다. 테일러가 '영감의 원천'으로 소개하는 반려견의 이름은 동유럽 출신 추상표현주의 화가에게서 따왔다.
쓴웃음을 자아내는 잉그리드의 기행들만으로도 SNS 중독의 폐해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영화는 메시지를 좀 더 뚜렷하고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잉그리드의 정체가 발각되는 대형사건을 펼쳐놓고는 급하게 수습한다. 덕분에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는 완성됐지만, 관객에 따라 오히려 사족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SNS에 구축한 자신의 삶이 허상이었음을 깨닫는 교훈적 결론 역시 정해진 수순이다. 그러나 막판에 이를 제시하는 방식은 단순한 이분법의 틀이 아니어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정신질환에 가까운 SNS 집착을 역설적 유머로 표현하는 오브리 플라자의 연기가 영화를 이끈다. 잉그리드의 남자친구 댄으로 나오는 오셔 잭슨 주니어는 래퍼 아이스 큐브의 아들로,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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