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도 비껴가는 큰불피해 서문시장 대체상가…"좀 와주이소"

입력 2018-02-13 15:00  

설 대목도 비껴가는 큰불피해 서문시장 대체상가…"좀 와주이소"
입주 후 반년 지났으나 손님 드문드문…일부는 다시 점포 비워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한번 보이소, 이게 대목인교? 설 쉬고 따시면 좀 와 주이소!"
2016년 11월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점포 679곳이 타버린 화재 참사가 발생한 뒤 대체상가에 입주한 상인들이 처음 맞는 설 대목이 썰렁하기 그지없다.


12일 오후 찾은 서문시장 대체상가 베네시움은 대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건너편에 250여m 떨어진 서문시장이 번화한 모습과는 딴판이다.
건물을 리모델링해 내부는 환하고 깔끔했지만 드나드는 이가 적어 휑하고 장사가 안된다며 상인이 떠나 빈 점포도 있다.
생계 터전을 잃은 4지구 상인 가운데 240여명이 화재 발생 9개월만인 지난해 8월 베네시움 1∼4층에 입주했다.
불이 나기 전 4지구에서 그랬듯이 의류, 이불, 잡화를 다루는 점포가 대부분이다.
포목점이 몰려 있는 2층 한쪽에는 점포 주인 3∼4명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50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최모(72)씨는 "피난 온 기분이다. 맨날 앉아 놀고 자다 간다"며 "한번 보이소, 이게 대목인교?"라고 물었다.
이어 "불이 날 때 단골 전화번호를 적은 책이 다 타버렸다"며 "한 100명은 될 텐데 그들이 먼저 전화하지 않으면 단골을 찾을 길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포목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지금 경기가 어디든 다 좋지는 않다. 사양길에 접어든 한복점이 잘 될 리는 없다"며 "하지만 시장과 떨어진 곳이라 더 장사가 안된다. 임대료를 따로 안 내도 되니 그나마 이러고 있다"고 말했다.
4지구에서 20년 이상 포목점을 운영했다는 한 60대 여성은 마수걸이 했느냐는 질문에 "마수가 그리 쉬운 줄 아느냐. 포목점에서는 일주일 동안 마수를 못하기도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3층, 4층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구석 쪽 일부 의류 점포는 아예 문을 닫았다.
어떤 상인은 조용하고 무료한 탓인지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2층에서 의류와 잡화를 판매하는 한 60대는 "4지구에서 장사하던 때랑은 비교할 수가 없다"며 "매출이 그때와 비교하면 10%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상인들은 그러나 화재 악몽을 조금은 떨쳤는지 마냥 울상을 짓지만은 않았다.
한 상인은 지난 11일 발생한 포항 지진을 언급하며 "시장에 불난 건 지진에 비할 바 아니다"며 "시장은 이러다가 집에 가면 잠자리나 있지, 포항이 너무 안됐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지금은 춥고 고달프나 서문시장과 그리 멀지 않으니 따뜻한 봄이 되면 손님이 여기도 좀 찾아와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상인회 오성호 회장은 "상인들도 더 좋은 제품을 갖다놓고 변신하려 애쓴다"며 "올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더 장사가 안되는 면도 있다. 봄이 되면 대체상가를 더 적극 홍보하는 행사를 새로 할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불이 난 서문시장 4지구에는 최근 재건축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이 나는 등 재건축 절차가 진행 중이다.
ms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