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1심도 "뇌물 아니고 대통령이 강요" 판단해 이재용 2심과 같은 취지
승계현안 부정한 청탁 인정안해…삼성 정유라 승마지원 72억은 뇌물로 인정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강애란 기자 = 법원이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그룹이 16억여원을 지원한 것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이 잇달아 나오면서 사법부의 최종 판결에 관심이 쏠린다.
최씨의 1심 판결을 선고한 법원은 최씨의 요청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따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마지못해 후원금을 낸 것이지, 삼성 측에서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은 없었다는 판단을 내놨다.
앞서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경영권 승계라는 기업 현안을 놓고 삼성이 박 전 대통령 측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부분에 관한 뇌물공여 혐의를 무죄로 본 것과 같은 취지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열린 최씨의 1심 선고공판에서 "(경영권) 승계지원이라는 개별현안에 대해 명시적·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 개별현안을 구성요소로 하는 포괄적 현안인 승계작업에 대해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보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삼성그룹 승계작업 지원이라는 부정한 청탁이 존재해야 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이들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에 이어 최순실씨의 1심 판결까지도 삼성 측의 뇌물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영재센터에 지급된 후원금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직권을 남용해 삼성에 요청한 결과물이라는 사법적 판단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최씨가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16억2천800만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특검은 삼성이 갓 설립된 법인에 거액을 후원한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직권남용 행위에 두려움을 느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지급한 '뇌물'이라고 봤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자에 해당하고,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자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여기에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와 3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강요혐의가 추가됐다.
법원은 이 혐의 중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만을 인정했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부정한 방법으로 삼성의 후원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를 뇌물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어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공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사건 판결을 두고 특검 등이 불복하면서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사건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씨의 사건을 맡은 1심 법원이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과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리면서 대법원에서 이 쟁점을 심리할 때 일정한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이 부회장으로서는 여러 공소사실 가운데 경영권 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전제사실로 둔 혐의를 두고는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대감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둘러싼 법정 다툼이 치열한 하급심 판결에서 삼성의 특정 혐의에 대한 판단이 잇따라 비슷하게 나온 점은 대법원에서도 유·무죄 판단에 고려해 볼 만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최씨의 1심을 맡은 법원은 삼성그룹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과 관련해 사용한 말 3마리 구입비 와 보험료 등 72억여원도 뇌물이라고 봤다.
이는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가 정유라씨 승마지원과 관련해 인정한 뇌물액과 같은 액수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이 부분과 관련해 산정할 수 없는 마필 사용이익이 뇌물이고, 마필 구입비 등은 뇌물이 아니라며 1심이 인정한 뇌물액 중 36억여원만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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