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타이거 우즈(미국)가 올해 두번째로 출전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 제네시스오픈은 미국 서부 대표 도시 로스앤젤레스 근교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은 '서부의 오거스타'로 불린다.
회원이 아주 적고 회원 가입이 까다로운데다 회원을 끼지 않으면 플레이하기가 어려운 폐쇄적인 운영 때문이다.
하지만 우즈에게 오거스타가 '약속의 땅'이라면 리비에라는 '저주의 코스'다.
오거스타에서 열리는 마스터스에서 그는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포함해 4차례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리비에라에서는 쓴맛만 봤다.
리비에라와 우즈의 악연은 PGA투어에선 거의 풀기 어려운 수수게끼로 여긴다.
명필이 붓을 가리지 않듯이 우즈는 어떤 골프 코스에서도 잘 쳤다. 하지만 유독 리비에라에서는 맥을 못 췄다.
우즈가 세 번 이상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건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뿐이다.
그는 이곳에서 열린 프로 대회에 7차례 출전해 준우승 한 번뿐 끝내 우승하지 못했다.
2003년과 2004년에 5위와 7위에 입상했고 나머지 4차례 대회에서는 10위 이내에도 들지 못했다.
우승자에 2타차 이내로 대회를 마친 적도 준우승한 1999년 한 번뿐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우즈가 리비에라에서 남긴 평균 스코어가 69.39타로 아주 뛰어났다는 사실이다.
다만 늘 우즈보다 더 낮은 스코어를 낸 선수가 항상 등장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우즈는 리비에라와 궁합이 맞지 않았다.
이곳에서 하도 풀리지 않자 우즈는 2006년 대회 때 감기가 걸렸다는 이유로 기권한 뒤 아예 발길을 끊었다.
당시 우즈는 2라운드 때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흠뻑 젖었다. 비 예보가 없었기에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리비에라에서 대회가 열릴 때 선수들은 대개 샌타모니카나 베벌리 힐스 지역 호텔에 숙소를 잡는다.
우즈는 당시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악명 높은 교통 체증 때문에 숙소까지 가는 데 2시간이 걸렸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우즈는 리비에라와는 꼬인 인연이었다.
무려 11년 동안 리비에라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얼씬도 하지 않은 이유가 사실은 복합적인 셈이다.
우즈가 리비에라에서 고전한 기술적인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그린이다.
리비에라가 오거스타와 닮은 점은 그린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빠르고 단단하고 라인이 까다롭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아마추어 고수 사이에 '리비에라에서 4퍼트 했다'는 일화는 얘깃거리 축에도 못 낀다.
하지만 벤트 잔디를 깔아놓은 오거스타 그린과 달리 리비에라 그린은 포아 아누아 잔디를 덮었다.
포아 아누아 잔디는 벤트만큼 매끄럽게 공이 굴러가도록 관리하기가 어렵다. 볼이 퉁퉁 튀면서 굴러가는 느낌을 줄 때가 많다.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우즈는 툭하면 3퍼트를 했다.
그린 적중시 홀당 평균 퍼트수가 1.7개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4년 대회뿐이다.
우즈가 출전한 7차례 대회에서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수가 1.7개를 넘기고도 우승한 선수는 2명 밖에 없다.
포아 아누아 잔디 그린은 그러나 우즈와 리비에라의 악연을 100% 설명하지는 못한다.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에는 포아 아누아 잔디를 깐 그린을 가진 골프 코스가 많다. 우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가까운 오렌지 카운티에서 자랐고 캘리포니아 지역 골프장에서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우즈가 '텃밭'으로 여기는 토리파인스 남코스 그린도 포아 아누아 잔디를 깔았다. 페블비치 역시 대표적인 포아 아누아 그린이다.
우즈는 토리파인스 남코스와 페블비치에서 US오픈을 제패했다.
하지만 우즈가 다시 돌아온 리비에라는 12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그린이 한결 더 매끄러워졌다. 리비에라가 초빙한 미국 최고의 골프 코스 관리 전문가 매트 모턴의 손길 덕에 포아 아누아 잔디의 울퉁불퉁한 결을 느끼기 어렵게 됐다.
두번만에 그린에 볼을 올리기가 버거웠던 3개의 파5홀도 웬만한 선수는 투온을 노릴 수 있다.
우즈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은 우즈가 한창 이곳에서 고전했던 시절에 비해 러프가 짧아졌다는 것이다.
12년 만에 다시 만난 우즈와 리비에라가 그동안 악연을 떨쳐낼지 관심사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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