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최민정도 분루…멀고 먼 여자 500m '금빛 사냥'

입력 2018-02-13 21:26   수정 2018-02-13 21:33

[올림픽] 최민정도 분루…멀고 먼 여자 500m '금빛 사냥'




(강릉=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에이스 최민정(20·성남시청)이 출격했지만, 아직 한국 쇼트트랙에 여자 500m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최민정은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이후 실격 판정을 받아 메달을 따지 못했다.
여자 500m는 쇼트트랙이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유일하게 한국이 아직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한 종목이다.
불과 40여 초 사이에 순위가 갈리는 500m는 출발과 동시에 벌어지는 자리싸움에서 레이스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스타트 능력과 파워, 순발력이 좋은 선수에게 특히 유리한 종목이다.
한국 선수들은 강한 체력과 가속·추월 등에 강점이 있는 반면 스타트와 파워에서는 상대적으로 밀리다 보니 500m에서는 아쉬움을 삼키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부에서는 그나마 채지훈이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한 차례 금메달을 따냈지만, 그런 기쁨을 한 번도 누리지 못했다.
여자부에서 500m의 패권은 북미를 거쳐 오랫동안 중국의 손아귀에 있었다.
반칙을 불사할 정도로 거친 레이스 스타일을 지닌 중국 선수들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2014년 소치 대회까지 4개 대회 연속으로 이 종목 금메달을 휩쓸었다.

한국 팬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양양A(2002년), 왕멍(2006~2010년)을 거쳐 2014년에는 리젠러우가 금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그 사이 한국은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전이경이,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박승희가 각각 동메달을 따는 것으로 만족했다.
전이경은 결승에 오르지 못했으나 결승 출전 선수 네 명 중 두 명이 실격하거나 레이스를 마치지 못한 덕에 준결승에서 탈락한 선수들의 순위결정전(B파이널) 1위 자격으로 시상대에 오른 케이스다.
가장 아쉬운 사례는 소치올림픽의 박승희였다.
한국 선수 중 드물게 빼어난 스타트 능력을 자랑하던 박승희는 당시 결승에서 출발과 동시에 코너 안쪽을 파고들어 500m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초반 선두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두 번째 코너에서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던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함께 미끄러지는 바람에 동메달을 따고도 아쉬움의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4년이 흘러 '완성형 스케이터'로 불리는 최민정이 박승희가 못다 이룬 한국 쇼트트랙의 숙원을 풀기 위해 출격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한국은 오랜 실패 끝에 처음으로 두 대회 연속으로 결승 진출자를 배출, 4년 뒤 베이징에서 다시 한 번 여자 500m 금빛 도전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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