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後' 40ㆍ50대 여성 신진 다수, 30대 게이까지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대체할 수 있는 독일 정치권의 새로운 얼굴들을 열거하고 간략한 프로필을 적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차기 정부를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여전히 건재할 것으로 보이나, 이미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에서 미래 권력 지도를 살펴보려는 의미가 담겼다.
이 신문이 13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가장 먼저 다룬 인물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의 30대 정치인 옌스 슈판(37)이었다.
재무부 차관을 지낸 슈판은 당내 처음으로 커밍아웃한 게이다. 당내 우파를 대변하며 메르켈 총리에 자주 맞섰다.
그는 "메르켈 총리 후임자로 적합한 인물들이 당내에 있다"며 "때가 되면 나설 것이다"라고 했다. 자신이 그중 한 명이란 걸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하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당수직을 예약한 안드레아 날레스(47)가 다음으로 꼽혔다.
당내 좌파그룹을 주도하는 그는 메르켈 정파와의 차기 대연정 협상에서 성과를 낸 마르틴 슐츠 전 당수를 대체하고 당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운명에 놓였다. 최저임금제 같은 자신의 정책 브랜드가 분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차기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맡고 4월 전당대회 때까지 임시당수 역할을 떠안은 올라프 숄츠 함부르크 시장과의 경쟁 구도가 흥미롭다.
44세 기민당 소속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州)총리 다니엘 귄터는 "떠오르는 스타"로 소개됐다.
귄터 주총리는 차기 대연정 구성을 위한 사민당과의 본협상팀에서 활약하며 재무장관 등 주요 장관직을 사민당에 넘기는 대가로 협상을 타결하는 데 앞장섰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방 중앙정치 무대 경험이 없는 그는 메르켈 집권 4기 내각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민당 여성 간판 정치인 중 한 명인 마누엘라 슈베지히(43)도 빠지지 않았다. 메르켈 3기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역임한 그는 옛 동독 주이자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총리도 지내며 고른 행정 경험을 쌓았다.
특히 대연정 본협상 타결 직후, 구동독 인사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각료 후보군이 언론에 잇따라 거론되자 지역 과소대표 문제점을 지적하며 존재감을 높였다. 독일에서 동, 서독 지역 격차 이슈는 1990년 통일 이후 지금까지도 내내 주요 사회 담론이다.
기민당 소속 율리아 클뢰크너(45) 라인란트팔츠주 당대표는 20대 때 '와인 여왕'에 뽑힌 이력에 빗대어 '왕관을 쓴 공주'로 소개됐다. 한때 잠재 후계 경쟁에서 뚜렷한 신진세력으로 지목됐지만 2016년 주의회 선거에서 패배하며 기세가 크게 꺾인 바 있다. 그러나 차기 내각에서 장관을 맡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본격적 재기를 노리는 상황이다.
신문은 사민당 소속 말루 드라이어(57) 라인란트팔츠 주총리에도 주목했다. 2006년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것이 알려지고 필요하면 언제나 휠체어에 의지하는 그의 특징도 다뤘다. 그러곤, 연방 각료를 맡든 주정치 현장을 지키든 당내에서 그의 주도적 발언권은 여전할 거라고 짚었다.
기민당의 또 다른 여성 정치인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55) 자를란트 주총리는 '미니 메르켈'(작은 메르켈)로 오랫동안 알려졌고 점차 메르켈 총리가 가장 선호하는 후계자로 비친다고 신문은 평했다.
중앙정치에 덜 오염된 것이 강점일 수 있고 연방 내각에 진입하면 전국적 지명도도 가질 수 있다.
마지막 "다크호스"로 적시된 인물은 올라프 숄츠(59) 사민당 소속 함부르크 시장이었다. 그는 같은 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시절 슈뢰더표 '우향우' 개혁을 앞장서서 옹호했다는 비판을 받는 '올드 보이'에 가깝지만 차기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맡아 정부 내 2인자로 각인될 것이 확실한 데다 안드레아 날레스 여성 당수(미정)와 치열한 권력 다툼이 예상된다.
신문은 메르켈 후계 주자군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소리를 듣던 기민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59) 국방장관이나 차기 각료군에서 배제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토마스 데메지에르(64) 내무장관 같은 이들은 소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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