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딸 보살피며 폐품 모아 생계 꾸려…명절마다 기부
"나라에서 준 도움 되갚는 것" 이번도 라면 90상자 내놔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보은의 시골마을에서 몸이 아픈 딸을 돌보며 어렵게 생계를 꾸리는 '나눔 천사' 김인자(65·여)씨가 이번 설에도 자신보다 못한 이웃을 위해 온정을 베풀었다.
김씨는 지난 13일 보은군 수한면사무소에 라면 90상자(125만원 어치)를 기탁했다. 쓸쓸하게 명절을 맞는 홀몸 노인과 소녀소녀가장을 위한 선물이다.
그는 정신지체 3급의 딸을 보살피면서 폐품을 모아 고단하게 생계를 꾸린다.
하루종일 몸이 부서질 정도로 일을 하면서도 틈이 나면 공공근로·자활근로 현장을 누비고 남의 집 품팔이를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자신의 보살핌 없이는 잠시도 혼자 생활할 수 없는 딸을 위해 30년 넘게 이어오는 일상이다.
그의 숭고한 자식 사랑은 주변을 감동시켜 작년 어버이날에는 장한 어버이로 뽑혀 국민포장을 받는 주인공이 됐다.
그런 그가 명절이면 콩 한 쪽도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으레 면사무소를 찾아 라면을 기부한다.
8년 전 시작한 일인데, 형편에 따라 적게는 20상자에서 많을 때는 100상자를 내놓기도 한다.
그는 10년 전까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생계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자녀들이 장성해 형편이 조금 나아지자 정부로부터 받은 도움을 되갚는다는 각오로 라면 기부를 시작했다.
김씨는 "1남 3녀의 자식 중 셋은 스스로 앞가림을 해 어깨의 짐이 가벼워진 만큼 나보다 못한 이웃과 조금씩 나누며 사는 중"이라며 선행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이어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일이 못 되고, 8년 넘게 해온 기부"라며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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